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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영호 ·시인, 수필가 ·양산문인협회 회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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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의 칼로 ‘도려내다’, ‘도리다’라는 말이 있고 또 우리나라 요리 중에 오이를 잘게 썰어서 무친 음식인 ‘외보도리무침’, 가지를 잘라서 무친 음식인 ‘가지도리무침’ 같이 ‘도리’라는 말이 들어간 요리가 있으니 닭을 잘라서 볶은 요리인 닭도리탕도 우리말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었습니다.
일본말로 닭(계, 鷄)은 ‘니와도리’라고 읽습니다. 그렇다면 닭도리탕은 ‘닭새탕’ 즉 ‘니와도리도리탕’이 되는 것입니다. 오래된 이 논쟁에 아직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또 있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내 놓은 순화어가 ‘닭볶음탕’인데 언어학자들이나 요리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우리나라 요리 중에 ‘볶음’이면 ‘볶음’이고 ‘탕’이면 ‘탕’이지 ‘볶음탕’이라는 요리는 없다며 이 또한 적절한 말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서둘러 논쟁을 재우려고 급조해서 만든 말이라는 것입니다. 이젠 우리말도 보다 과학적이고 역사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양치질] ‘양치’는 ‘양지질’ 즉 ‘양지’(버드나무 가지)에 접미사인 ‘질’이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고려시대의 문헌 <계림유사>에도 양지(버들 楊, 가지 枝)가 나타나고 그 이후의 한글 문헌에서도 양지질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쑤시개를 쓰듯이 옛날에는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청소했다고 합니다. (이 ‘양지’가 일본으로 넘어가서 ‘요지’로 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를 청소하는 것을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어원의식이 점차로 희박해져 가면서 서양의 ‘양’에 이의 한자인 ‘치가 연결된 것으로 착각하고, ‘치약’으로 이(齒)를 닦는다는 뜻인 ‘양치질’이 된 것이라 합니다.
[사리] 흔히 일본어로 잘못 알고 있는 ‘사리’는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이 ‘사리’는 ‘사리다’라는 말에서 나온 것인데 실 같은 것을 흩어지지 않게 동그랗게 포개어 감은 것을 말합니다. ‘몸을 사리다’로 쓰일 때는 ‘어려운 일은 살살 피하며 몸을 아낀다’는 뜻도 가지고 있고 국수나 새끼, 실 등을 감은 뭉치를 가리키는 순수 우리말입니다.
[소매치기] 옛날 사람들이 입고 다니던 두루마기 따위 웃옷의 좌우에 있는 옷소매는 품이 크고 넓어서 흔히 그 안에 돈이나 다른 귀중한 물건들을 넣어 가지고 다녔습니다. 그 옷소매 안에 있는 돈이나 물건을 훔친다고 해서 생긴 말입니다.
[게거품] 개 거품으로 읽기 쉬우나 실제는 바다에 사는 게가 거품을 내미는 것처럼 ‘괴롭거나 흥분해서 거품처럼 내뱉는 침’을 뜻합니다. 흔히 ‘게거품을 문다’는 관용구로 많이 쓰입니다.
[거덜이 나다] ‘살림이나 무슨 일이 흔들려 결딴이 나다’라는 뜻입니다. 조선시대 때 궁중의 말과 마굿간을 관리하던 사복시라는 관청이 있었습니다. 거덜은 사복시의 하인을 말하는데, 궁중에서 높은 사람이 행차할 때 큰소리로 길을 비키라고 사람들을 몰아세우다 보니 자연히 우쭐거리며 몸을 흔들고 다니게 되었지요. 그래서 잘난 체 거드름 피우는 것을 ‘거덜거리다’라고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