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교단일기] 학교 폭력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오피니언

[교단일기] 학교 폭력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5/08 14:15 수정 2012.05.08 02:21



↑↑ 노봉석
양산중학교 교사
학교 분위기가 심상찮다. 바쁜 걸음으로 출근하다 보면 어깨띠를 하고 학교폭력 추방 피켓을 든 사람들이 교문에 줄지어 서 있다. 경찰차도 보인다. 교문 지도를 하는 선생님들의 표정도 굳어 있다. 무거운 마음으로 들어선 교무실은 연신 드나드는 학생과 학부모로 하루 종일 북새통이다. 교무실 빈 공간에는 늘 경위서와 반성문을 쓰는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비타민 드링크를 손에 든 학부모들이 줄을 지어 담임교사를 찾는다.

여기저기서 상담이 이루어진다. 자식이 행한 악행에 충격을 받은 어머니의 흐느낌 소리도 들리고, 어찌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피해자 부모의 막말에 가까운 고성과 분노의 소리도 들린다. 학생들을 호통치는 소리, 경위를 따져 묻는 건조한 질문들, 그런 교사의 질책을 외면하고 딴청을 피우는 학생들…. 교무실이 무슨 경찰서 강력반 사무실 같다는 넋두리가 씁쓸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배치된 전직 경찰 출신의 연로한 학교지킴이 선생님은 화장실과 교실을 순시 중이시다. 선생님들도 쉬는 시간 짬짬이 교실을 돌아본다. 그 선생님 머리 위로 십 수개의 CCTV가 한순간도 쉬지 않고 학생들을 감시한다. 때론 사복 차림으로 때론 정복 차림으로 진짜 경찰도 일주일에 몇 번씩 학교를 들락거린다.

학교 폭력으로 이미 너무 많은 우리의 아까운 아이들이 목숨을 버렸다. 지금도 어느 학교에선가 따돌림과 갈취, 폭력으로 학생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모른다.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교육부는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소위 ‘대책’이라고 하는 것이 좀 수상하다. 이미 있는 대책을 좀 다듬어서 재탕하는 수준이다. 물론 새로운 것도 있다. 학교 폭력 관련 기록을 5년에서 10년까지 학교에 보관하고 생활기록부에 반드시 기재하도록 했다. 사면도 복권도 안 되고 평생 학생들을 따라다닐 생기부에 소위 ‘폭력전과’를 기록하라는 지침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복수담임제도를 도입해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강화하라고 하지만 아무 준비도 없는 지침에 학급 운영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고 실효성은 미지수다. 인성교육을 강화할 것에 대한 대책도 쏟아지고 있지만 강고한 성적과 진학 위주의 학교 분위기에 묻혀서 형식적으로 처리되고 만다.

여러 대책을 살펴보면 그 대책들의 전제로 작용하고 있는 한 가지 생각을 만나게 된다. 학교 폭력의 문제를 학생 개인의 인성 문제로 치부하며 그 학생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학교에서 배제하면 문제가 해결되리라 기대하는 것이다.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처벌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 책임이 어떻게 학생에게만 있겠는가? 사회는 폭력적이고 음란한 매체에 학생들을 마구잡이로 방치하고 있고, 학교는 입시를 위한 무한경쟁의 전쟁터다. 현재는 미래의 진학과 취업을 위해 존재하는 시간일 뿐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들을 상담해 보면 가정 붕괴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보듬어 주지 않고 방치된 아이들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을 사지로 내몬 책임의 절반 이상은 명백히 어른들의 몫이다. 사회와 가정과 학교가 자신의 책임을 은근슬쩍 외면하면서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에 집중한다면 우리는 먼 미래에도 여전히 이 문제를 부여잡고 더 크고 더 무거운 징계를 고안해 내고 있을 것이다.

교사와 학생은 너무 바쁘다. 숨을 고르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차분히 대화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하지만 학생들을 향한 나의 언어는 여전히 폭력적이고 상황은 아직 절망적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