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금요일 늦은 오후다. 한 주를 정리하는 시간이어서인지 마음이 느긋하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녹음이 짙어가는 산과 들을 바라보며 교정을 거닐어본다. 교정에는 곱고 예쁜 꽃들이 얼굴을 내밀며 마음껏 자기자랑을 하고 있다. 이 꽃들을 휴대폰에 담아도 본다. 참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오후이다.
이처럼 양산대학교와 행복한 시간을 같이 해 온 지도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교정에서 수없이 소중한 행복과 재미를 찾아왔다. 그래서 많은 시간이 고맙기만 하다.
그런데 사람살이를 하면서 늘 받고만 살 수는 없을 일, 받았으면 또한 갚아야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뭔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었다. 이것이 바로 나와 뜻을 같이한 좋은 님들과의 ‘해마루’ 모임이다.
‘해마루’란 “일본어를 공부하는 우리 학생들이 정상이 되길 바라는 선생의 마음”이 담겨있고, 또한 “이들이 정상으로 갈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밑거름이 되어보자”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은 “해처럼 빛이 되어 서로에게 큰 힘을 주고 받으며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가자”는 우리의 삶의 가치까지 높이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이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으로만 느낄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 그 실천의 일환으로 우리 해마루에서는 우리 과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장학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것이 지난 2006년이다. 우리 해마루 회원들의 조그만 마음들이 하나가 된다면 분명 큰 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하고 장학회를 결성하였다. 한 사람이 한 달에 2만원씩 자동이체를 하게 되면 일 년에 24만원, 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20명만 모이면 480만원이다. 어려운 일 같지만 순수와 열정이 모이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시작했다. 벌써 6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그동안 10회에 걸쳐 해마루 장학회 장학금 전달식을 가졌다. 참으로 가슴이 벅찬 순간들이었다.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의 눈가와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미소는 환하게 활짝 피어있는 꽃과 같았다. 사람살이에서 가장 행복하고 보람된 순간들이었다. 이렇게 하여 이제까지 우리는 무려 4천500만원에 가까운 장학금을 전달하였다. 늘 뜻을 같이하는 우리 해마루 회원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우리 양산에는 ‘양산인재육성장학재단’이 설립되어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나누며 양산의 교육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교육현장에 있는 한 사람으로서 활발한 장학사업의 진행과정을 볼 때마다 대단히 흐뭇하고 자랑스럽기만 하다. 신문지상에서 보면 양산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명문학교에 진학하는 수도 많이 늘었다. 이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현상이며 또한 양산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양산 사람의 일원으로서 ‘양산인재육성장학재단’이 더욱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나는 개인적으로 양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발전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양산인재육성장학재단’을 필두로 많은 장학회가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분명, 양산의 여러 곳에서는 남모르게 선행을 하는 단체가 많이 있을 것이다. 양산시에서는 이들을 찾아서 용기와 격려를 준다면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는 더욱 활성화되리라 믿는다. 우리 ‘해마루’와 같이 1인 2만원의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면 우리 지역의 인재발굴에 초석이 될 것이라 믿는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인재발굴이 중요하다. 그런데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아서 명문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만 ‘인재’라는 등식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자기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 ‘인재’다. 밥상에 놓인 그릇의 크기와 모양이 다르듯 사람의 능력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현명한 선택은 현재 보이는 인재에만 한정하지 말고 앞으로 성장할 인재도 발굴하여 이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교육의 정의를 ‘깨달음’과 ‘베풂’이라고 생각한다. 참된 교육을 위해서는 단순한 지식에서 지혜에 이르기까지 깨달음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그것을 반드시 베풂의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지금의 현상을 바라보는 육안도 필요하겠지만, 나중의 꿈과 가능성을 실현하는 올바른 철학과 지혜를 가진 혜안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 어른들은 이 젊은이들이 올바른 철학과 지혜를 볼 수 있는 육안과 혜안을 갖도록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더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고 우리 지역 양산도 크게 발전할 것이다. 나는 건강한 사회 속에서 무한히 발전하는 양산의 모습을 그리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