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간신문 정치면, 문화면을 뒤지며 타박하고
아내는 덤으로 끼워온 전단지를 보고 하루를 설계한다.
때 묻는 시집이 쥐어져 있던 손에는
색색의 화려한 차림표가 거품처럼 놓인다.
커피 할인, 휴지 염가 판매, 100원 할인 쿠폰 세트
개업 기념 특별할인, 차별화된 맛 가격 인하
하루에 수십 장씩 도착하는 전단지에
눈길 한 번 안 주던 아가씨가 오늘은 무엇이 싸고
오늘은 어느 음식점이 싸다는 아줌마 타령이다
한 번을 사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이름 있는 것을 사라고 성화를 부리면서도
황금 잉어빵을 나란히 든 우리는
어느 가게에 세일 종이쪽이 나 붙은 곳으로
어느새 망설임을 자주 던져 보는 것이다.
생강나무 꽃이 노랗게 피는 날
육거리 시장에서 싸고 좋은 옷을 샀다면서
이쁘냐는 물음도 잊지 않는 아내
꽃무늬 잠옷을 사주고 싶은 봄날
나는 가만 작아진 어깨를 쓰다듬어 본다.
이원익 시인
2004년 제9회 <충북작가> 신인상, 엽서시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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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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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봄날>, <싸고 좋은 옷을 샀다면서/ 이쁘냐는 물음>을 던지는 아내에게 <꽃무늬 잠옷을 사주>지도 못하고, <작아진 어깨를 쓰다듬>고 있는 <나>의 모습에서 가장의 쓸쓸한 심정과 부부간의 애틋한 정이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