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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茶馬古道, Ancient tea route)는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되고, 가장 높으며, 가장 험준한 길로 알려져 있다. 리장(麗江)은 차마고도 교통의 중심지요, 샹그릴라는 차마고도로 가는 길목이다.
오래 전 인도대륙과 유라시아대륙의 충돌로 하나였던 산이 옥룡설산(5천596m)과 하바설산(5천396m)으로 갈라졌다. 그 사이로 진사강이 흐르는데 16km의 길이에 높이 2천m에 달하는 길고 거대한 협곡이 생겨났다. 호랑이가 뛰어 넘을 만큼 좁고 깊은 골짜기라 해서 호도협(虎跳峽)이라 부른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협곡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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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도협을 내려다보며 비탈길을 말을 타고 지나가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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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도착한 윈난성 리장
2012년 4월 23일 필자를 포함하여 영남과 호남에서 14명이 참가해 차마고도 트레킹 길에 올랐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청두(成都, 쓰촨성의 수도)로 가는 항공기가 악천후로 인해 귀주성 구이양에 불시착을 했다. 귀주성의 수도 구이양에서 청두까지는 527km, 가까운 거리가 아닌지라 다시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운명에 놓였다. 만만디의 중국사람들도 불만은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다.
한참을 기다려서야 다시 비행기편이 제공됐다. 모두 잠든 시각인 새벽 2시 50분께 성도에 도착하자마자 국내선공항으로 곧장 이동해야 했다. 국내선을 타고 리장에 내리니 고도가 2천400m에다 잠도 설친 터라 어리둥절하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호도협트레킹의 출발점인 치아토우로 향하는데 여기저기 도로공사로 인해 흙먼지 투성이다.
설레이는 마음으로 호도협트레킹이 시작되는 치아토우에서 짐정리를 마치고 오른편으로 진사강을 끼고 하바설산의 아랫도리를 휘감으며 나시객잔(客棧, 일종의 게스트하우스)으로 향했다. 예전엔 마방이었던 사람들이 관광객과 트레커들을 상대로 말을 타고 가라고 유혹한다. 힘든 길이니 만큼 하나둘 눈치를 보며 말에 올라탄다.
호랑이가 뛰어넘는다는 협곡
소수민족인 나시족이 운영하는 객잔에서 점심을 먹고 호도협트레킹의 가장 힘든 구간인 28밴드를 만났다. 가파른 길을 돌고 돌아 올라서니 건너편에 차마객잔이 시야에 들어온다. 고개를 넘어야 중도객잔이 나온다고 하니 힘들어하면서도 모두가 반기는 눈치다.
세상 제일의 풍경을 자랑하는 멋진 화장실이 있는 중도객잔에 도착해 1박 할 방을 배정받았다. 저녁식사는 특별식으로 오골계 요리를 주문했다. 각자 방으로 돌아가 옥룡설산을 마주한 객사에서 뿌듯한 즐거움 속에 낭만의 밤을 보냈다.
중도객잔에서 꿈같은 밤을 보내고, 트레킹의 막바지코스인 장선생객잔으로 내려서는데 하바설산과 옥룡설산 사이에 협곡인 호도협의 장엄한 실체가 드러난다. 놀라운 규모에 압도당한다. 정말 협곡이란 게 실감난다. 날씨는 조금 싸늘하기도 하지만 트레킹하기에는 너무도 좋은 날씨다.
장선생객잔에서 점심을 먹고 중호도협보다는 상호도협이 좋을 것 같다는 여론에 밀려 준비해둔 빵차를 분산해서 타고 상호도협으로 달려갔다. 도착하니 잔뜩 흐렸던 하늘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상호도협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협곡 밑바닥까지 내려서야 한다. 분노하듯 거침없이 휘몰아 굽이치는 진사강 물줄기에 한순간 넋을 잃고 쳐다본다.
샹그릴라는 과연 존재하는가
관광을 마치고 우린 다시 버스를 타고 ‘인류의 이상향’이라 부르는 샹그릴라를 찾았다. 중간에 잠시 쉬었다가 과일을 파는 노점상에 들렀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고 천연과일을 맛보는 자리다. 샹그릴라는 왜 이상향으로 불리는 것일까? 하는 물음표를 던지며 샹그릴라 시내 실력호텔에 도착하니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찾아온다. 샹그릴라는 고도가 3천400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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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내 소수민족인 나시족이 운영하는 객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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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저녁을 마치고, 옵션으로 소수민족에 속하는 장족(티벳 사람)들이 펼치는 민속행사를 관람하러 나갔다. 현지가이드가 추천하는 곳이라 강한 호기심이 발동해 서둘러 예약을 하고 들렀는데 문자 그대로 문화의 이질감을 너무 많이 느꼈다. 끝까지 보지 못 보고 숙소하고 들어왔다.
샹그릴라는 고소적응을 하지 못하면 잠을 설칠 수도 있는 곳이다. 고산증세로 문제가 발생하면 연락을 하라는 설명을 해주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아침에 일행 한 분이 두통이 심하다고 호소를 한다. 트레킹단에서 우려할 사항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샹그릴라는 1933년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의 무대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라마승이 거처했던 곳이 송찬림스라는 고찰이다. 송찬림스는 라싸의 ‘포탈라궁’ 다음으로 큰 사찰이다. 송찬림스를 둘러보고 장족들의 민가를 둘러보기로 했다.
우리 입에는 맞지 않는 수유차
장족들이 거주하는 민가를 살펴보니 1층은 짐승을 키우거나 농기구창고로 사용하고, 2층이나 3층은 숙소로 쓰고 있었다. 다른 소수민족에 비하면 생활수준이 높아보인다. 리장에서도 샹그릴라 사람들은 부자라고 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티베트인들이라고 부르는 장족들은 식사 전에 먼저 마시는 차가 있다. ‘돔부’라고 하는 차통에 발효차를 끓인 찻물을 준비했다가 야크버터와 소금을 넣어 만든 수유차(油茶)라고 하는 것인데,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그러나 티베트는 춥고 건조한 고원지대이기 때문에 열량이 높은 수유차를 수시로 마시며,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 차마고도라는 교역로가 생긴 바탕에 수유차가 있다.우린 그들이 정성스럽게 마련해준 음식을 먹고 나서 재래시장을 찾았다. 우리의 재래시장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