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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을 불후의 걸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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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지물을 불후의 걸작으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5/22 11:48 수정 2012.05.22 11:48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카라라 대리석은 이탈리아의 알프스 지방에서 생산되는 좋은 대리석이다. 이 대리석 큰 덩이 하나가 이탈리아의 플로렌스 성당 앞에 근 1백년 동안이나 버려진 채로 있었다.

그런데 1505년에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의 젊은 조각가가 그 돌을 새롭게 바라봤다. 그는 그 돌을 전후좌우로 잘 살펴봤다. 못 쓰게 된 부분도 자세하게 보았다. 그리고 젊은 조각가는 그 돌 속에서 골리앗과 싸운 다윗의 모습을 상상해 냈다.

그는 그 대리석으로 새로운 조각을 하기 시작했다. 무려 3년 동안을 그 대리석과 씨름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드디어 미켈란젤로가 그 다윗 상을 완성했다. 죽은 다윗을 대리석에 부활시킨 것이다.

다윗의 부릅뜬 눈에서 불똥이 튄다. 세찬 콧바람 소리가 들려온다. 횟물을 발라서 뒤로 넘긴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양미간 주름이 조여들고 숱 많은 눈썹이 씰룩댄다. 다윗은 앞에 선 골리앗을 노려보는 참이다. 블레셋 장수가 이스라엘을 욕하자 산천이 떨었다. 그 순간 이름 없는 양치기 소년이 나섰다. 상대를 꼬나보는 다윗은 가슴이 일렁이고 목 근육이 실뱀처럼 꾸물댄다. 출렁이는 뱃가죽은 폭풍전야의 밤바다와 다름없다. 뒤로 숨긴 오른손에 팥알만 한 돌멩이 몇 알을 가만히 굴린다. 팔맷돌 한 알이면 적장은 마른 검불처럼 거꾸러져 땅바닥에 얼굴을 박을 것이다.

그것을 바라본 한 제자가 소리쳤다. “스승님, 이 작품은 오직 한 가지만이 부족합니다. 말을 못한다는 그 한 가지만이 결점입니다!” 높이 18피트에, 무게 9톤의 이 카라라 대리석 조각이 바로 세계 최고의 조각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인 것이다. 세계 불후의 최고명작은 바로 어느 사람의 실패로 버려진 돌에서 만들어졌다.

1832년 한 미군이 블랙 호크(아메리카 인디언 소크족의 추장) 전투로 알려진 인디언 원주민과의 혈전에 참전했다. 대위였던 청년은 진급하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찼지만 기대와는 달리 전쟁이 끝날 무렵 이등병으로 강등됐다. 반역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대위가 이등병으로 전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이었다. 분명히 그는 최악의 인디언전 참전용사였다. 장교로서 영락없는 실패자였다. 사병으로서도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최말단 계급으로까지 추락했다. 얼마나 큰 굴욕감을 느꼈을까.

전쟁이 끝난 뒤 이 비쩍 마르고 멋쩍고 우스꽝스럽게 생긴 청년은 뭔가 할 일을 찾았다. 그리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한 가지 일에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일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인디언전에서의 실패가 링컨 전 인생의 실패는 아니었다.

어떤 일에 실패했다고 위축되거나 절망하지 말자.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 일에는 성공할 수 있다. 마치 버려진 무용지물이 불후의 걸작 다윗 상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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