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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특별기고] 양산시립도서관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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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특별기고] 양산시립도서관 유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5/29 10:58 수정 2012.05.29 10:58




 
↑↑ 김동현
양산문인협회장
문학박사
 
양산시립도서관이 개관한 것이 지난해 3월이었으니 벌써 1년 남짓 되었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어린이 자료실, 장애인 자료실, 전자정보실, 영화감상실, 문화 강좌실, 열람실 등을 갖추고 있다. 2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였으며, 매일 1천여명이 넘는 시민이 이용하고 있고, 그 중 어린이들의 이용 빈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하루 평균 대출 권수는 974권으로 명실공히 양산 문화의 주요 거점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였다 할 것이다.

그런데 개관 초 도서관 첫 방문 시부터 필자에게 하나의 결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건축상의 하자가 아니다. 정신상의 하자라 할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고 하니, 국적 불명의 돋을새김 장식물이다. 도서관 로비 중앙에서 사방을 둘러보면 각층 난간 벽면에 동(銅)장식물들이 설치되어 있다. 2층 난간에는 세계지도가, 3층 난간에는 세속오계, 구지가, 풍요, 헌화가, 서동요, 도솔가, 처용가 등이 금속활자 형태로 새겨져 있다. 옆에다가 친절하게도 한자음까지 달아놓았다. 잘 꾸며놓았구나 하며 그것들 하나하나를 살펴보다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응? 이게 무엇인가? 이것들을 한시 정도로 본 건가?” ‘세속오계’, ‘구지가’에 한자음을 달아놓은 것은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향가임에랴? 마치 향가를 한시(漢詩)로 둔갑시켜 놓은 꼴이 되어 버렸다. 이것을 기획한 자는 초등학교 수준의 문화적 인식을 가진 자가 분명할 것이다. 한자를 보면 자신의 한자 실력을 뽐내고 싶은 치기가 작동한다고나 할까? 어떤 것이든 한자로 되어 있으면 현학을 뽐내며, 그걸 한자음으로 읽어 보고 싶은 충동 말이다. 그것도 다들 들어보라는 듯이 큰 소리로. 혹, 아직도 한(漢) 문화에 대해 우리의 문화를 폄하하는 무의식적 염(念)이 작용한 일인지도 모르리라.

고등학교 1학년생 정도면 향가가 한자의 음과 뜻을 빌린 향찰로 표기된 우리말 노래임을 누구나 다 안다. 필자는 첫눈에 이런 하자를 발견하고 문제 제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내가 아니더라도 양산에 사람이 많을 것이니 누군가 지적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과 또한, 개인적으로 대단히 바쁜 나날인지라 차일피일 미룬 것이 1년이 넘어 버렸다. 백년하청이었다. 최근 도서관을 다시 가 보고는 더 이상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필봉을 든다. 필자의 문제 제기는 잘잘못을 따져 비난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공무원들의 태도에 문제 제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 쓴소리 섞어 비판해 본다면, 양주동 박사를 위시해서 유안진 등 많은 향가 학자들의 오랜 연구 끝에, 피와 살로 바꾼 연구 결과를 깡그리 무화시키는 대단히 용감한 행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자문을 구할 줄 모르는 오만한 도서관 건립과 관련된 공무원들의 결과물로 그 무지함의 정도를 유감없이 드러낸 꼴이 되어 버렸다. 우리 양산에는 세 개의 대학이 있다. 또한 양산문인협회, 양산예총 등의 전문가 단체가 있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부산대학 등에 의뢰를 해서 잘도 자문을 구하더니, 이 사안에 대해서는 자문을 구할 생각을 왜 안 했던가? 그렇게 자신이 있었던가? 한자로 쓰여진 것이니 내 한자 실력을 뽐내보자는 소영웅 심리가 발동되었던가? 대단한 결과물이며, 참으로 남우세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의 빠른 조치를 바란다.
필자는 이전 글에서도 시와 각 전문가 단체와의 협력을 누누이 얘기해 왔다. 왜 지역의 인적 풀(pool)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가?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이 지역의 문화를 성숙시킨다.

동(銅)장식물 중 구지가의 독음도 틀렸다. 구지가라는 제목은 구지봉에서 유래한 것이니 옳다. 그러나 본문의 ‘龜何 龜何’는 ‘귀하 귀하’라 읽어야 한다. 지면 관계상 향가 중 하나만 제대로 읽어보자.


선화공주주은
타밀지가량치고
서동방을
야의묘을포견거여
가 아니라


선화공주(善化公主)니믄
   그   지 얼어 두고
맛둥바
바  몰 안고 가다(양주동 해독)
라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의 문화유산을 왜곡시키는 행위로 분명히 시정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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