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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사과나무
오피니언

[화요살롱] 사과나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5/29 11:17 수정 2012.05.29 11:18



 
↑↑ 박미경
영산대학교 검퓨터공학과 교수
 
일본에는 1년 전에 예약해야만 딱 1개 살 수 있는 맛이 기가 막히게 좋은 사과가 있다고 한다. 그 사과는 ‘기적의 사과’, ‘기무라의 사과’라고도 불리는데 2년 이상 두어도 썩지 않아서 기적의 사과라 불리고, 기무라라는 농부가 생산하는 사과라서 그의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기무라 씨는 일체의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사과나무를 키우려고 시작한다. 병충해를 막기 위하여 온갖 자연 추출물을 사용해 보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다. 처음에는 잎이 떨어지고 열매를 맺지 않았고, 5년 정도 되니까 나무들이 죽어갔으며 수입이 없어 살림살이는 엉망이 된다. 가족에게도 미안하여 죽기를 각오하고 줄을 하나 가지고 산에 올라가서 목을 맬 나무를 찾다가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 사과나무를 보게 된다. 사실은 도토리나무였는데 사과나무로 보였던 것이다. 그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도토리나무에 열매가 많은 것을 보고 죽는 것은 잊어버리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 땅을 파게 되었다. 흙이 부드럽고, 맛이 있고 향기가 있었다고 한다. 여름이었지만 땅이 시원했고, 나중에 겨울에 보니 땅이 따뜻했는데, 땅이 살아 있는 것이었다.
 
그때 그는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는다. 그는 수익을 창출하는 도구로서 나무를 보았던 것이다. 그러니 열매만 보게 되고 땅 위의 나무만 보았던 것이다. 땅 밑의 나무, 영양분을 가져오는 뿌리를 보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뿌리에 영양분을 주는 땅을 보지 않았던 것이다. 땅이 어떠한가에 따라 열매가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그는 땅을 살아나게 하는 일을 시작한다. 그래서 사과나무 밑에 콩을 심고, 잡초를 베지 않고 모든 것을 그대로 기르니 자연은 서로 상호견제와 도움을 주면서 적당한 선에서 조정하였다. 벌레들이 나무에 해를 주는 병충해의 원인을 잡아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드디어 9년 만에 사과를 수확하게 되며 그 사과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가 되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나무의 뿌리가 1m이었는데 땅이 건강해지고 10년 후에는 7m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맞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 사과나무에 좋은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도 10년의 세월이 필요하구나.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지만 일단 우리 아이들과 관련된 것만 몇 가지 이야기해 보자. 실력과 성적이 비례하지 않는 평가 시스템도 문제이지만 아이의 성적만 좋으면 좋은 열매라고 생각하는 것도 문제다. 성적만 좋은 것은 농약과 비료를 많이 쳐서 생산한 사과, 겉으로는 보기 좋고 달아도 영양가가 없는 사과와 같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 사과들이 병충해에도 약하고 빨리 썩듯이, 성적이 떨어지거나 어려움이 있으면 참지 못하고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고 최악의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기의 성적 향상을 통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여 내가 먹고사는 걱정 없이 사는 것만을 목표와 꿈으로 삼기 때문에,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힘 있는 자에게 굽실거리고 약한 자에게 군림하는 그런 사람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니 남에 대한 배려라는 것은 없고 경쟁심, 타인에 대한 공격과 그것에 대한 방관으로, 내가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나무가 아픈 것이다. 그런데 농부는 책임지려고 하지 않는다. 왜 열매가 이 모양이지 하면서 자꾸 종이로 감싸고, 농약을 치고만 있다. 기무라 씨는 나무들이 거의 죽어 갈 때, 나무를 하나하나 끌어안으면서, “힘들게 해서 죄송합니다. 꽃을 안 피워도 열매를 안 맺어도 좋으니, 제발 죽지만 말아 주세요”라고 사정을 하였는데 그렇게 끌어안아 준 나무는 끝까지 살아서 좋은 열매를 맺었지만, 이웃 사과밭과의 경계에서 남의 눈을 의식해 그렇게 해주지 않은 나무는 1~2년 후에 모두 죽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도 안아주고 그와 같이 말해 주고 좋은 토양을 만들어 주면서 기다려 주면 좋은 열매를 맺는 나무로 자랄 것이다. 그런데 좋은 땅을 만들어 주려는 접근은 거의 하지 않는다. 좋은 땅을 만드는 것은 나무의 몫이 아니고 농부의 몫인 것처럼, 아이가 기적의 사과와 같이 좋은 열매로서 자라는 것은 가정과 학교와 사회의 몫이다. 아이들이 잘 자라는 좋은 토양을 만들어 주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좋은 열매를 맺어 비싸게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과나무가 건강하게 자라서 사과로서 최고의 맛을 내도록 하는 것. 많은 사람이 그 열매를 먹고 건강하고 즐거워지게 하는 나무. 또 다른 건강하고 맛있는 열매를 맺는 많은 나무가 생기도록 씨앗을 주는 나무. 이것이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땅이 중요하다. 부드럽고 맛있고 향기가 있는 토양,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토양, 우리 사회가 그런 토양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어지간한 상황에도 나무는 넘어지지 않을 것이고 깊은 곳에서 좋은 영양분을 잘 흡수하여 자연스럽게 더 좋은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그 좋은 땅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서로를 위한 배려. 상대에 대하여 인격적으로 대하는 것. 참됨. 정의와 공의. 책임짐. 정직함. 성실함. 질서…. 이 모든 미덕도 또 하나의 열매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 어른들이 생각해 보고 만들어 가야 할 문제다.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변화는 성숙하면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숙하다는 것은 과일이 익어 가는 것이고 사회의 질서가 잡혀 가는 것이다. 과일이 익어가면서 시원한 맛이 들고, 알찬 영양가들이 생기고, 씨앗들이 영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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