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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 양지마을
오피니언

[초대시] 양지마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5/29 11:25 수정 2012.05.29 11:28



↑↑ 김광도
2010년 <열린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이팝시 동인
새들이 집을 떠나고 있다

백양나무 숲에는

여름에 보이지 않던 허공이

빈 텃새 둥지처럼 덩그렇다

마을이 수런거린다

하나 둘 이웃이 떠나간다

담 너머 서로를 깨우던 아침은 사라지고

어느 날 주소가 철거된다


마을 어귀부터 중장비는 밀려들고
길이 지워지고 있다

양지쪽 돌담에 기댄 살구나무가
유기견처럼 버려져 있다

마을로 돌아가던 항아리가

개울가에 반쯤 깨진 채 누워 있다

그 위로 까마귀 한 마리

방점을 찍듯 잠시 되돌아보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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