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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교 2011년 <고래와 문학>으로 등단 이팝시 동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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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 낡은 벽지 위에 비가 내리고
먼 산맥을 달려온 짐승들의
허기진 발소리가 축축하게 찍혀 있다
추억으로 걸린
구형 벽시계 시침과 분침이
덫에 걸린 사슴의 다리처럼 야위어 있다
박제된 12시 5분
두 바늘의 싸늘한 입술 그 사이에
흐린 하늘 먹구름 한 떼가 조등처럼 깜박인다
때가 되면 후두둑후두둑
길손들이 밀려들고 쓸려가곤 하지만
식당은 지나는 비에 출렁이지 않는다
뜨내기 손님들은
눅눅하게 구겨진 신문을 넘기며
활자 속 세상과 불편한 대화를 한다
운이 좋은 날이면 식당은
들판을 내달리다
먹이를 찾아 떼지어 몰려드는
암각화 속 들짐승들을 목격하기도 한다
삼거리식당 손님들은 누구나
12시 5분에 들어오고
12시 5분에 숲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