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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시] 12시 5분에 돌아간다..
오피니언

[초대시] 12시 5분에 돌아간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6/05 16:42 수정 2012.06.05 04:42




 
↑↑ 김민교
2011년 <고래와 문학>으로 등단
이팝시 동인
 
삼거리 기사식당

십장생 낡은 벽지 위에 비가 내리고

먼 산맥을 달려온 짐승들의

허기진 발소리가 축축하게 찍혀 있다

추억으로 걸린

구형 벽시계 시침과 분침이

덫에 걸린 사슴의 다리처럼 야위어 있다

박제된 12시 5분

두 바늘의 싸늘한 입술 그 사이에

흐린 하늘 먹구름 한 떼가 조등처럼 깜박인다

때가 되면 후두둑후두둑

길손들이 밀려들고 쓸려가곤 하지만

식당은 지나는 비에 출렁이지 않는다

뜨내기 손님들은

눅눅하게 구겨진 신문을 넘기며

활자 속 세상과 불편한 대화를 한다

운이 좋은 날이면 식당은

들판을 내달리다

먹이를 찾아 떼지어 몰려드는

암각화 속 들짐승들을 목격하기도 한다

삼거리식당 손님들은 누구나

12시 5분에 들어오고

12시 5분에 숲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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