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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친화도시 지정 1년… 성과와 과제
핑크색 라인 두른다고 여친도시 되지 않는다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2/06/12 10:46 수정 2012.06.12 10:51




“여성친화도시 정착을 위해서는 성(性)인지적 관점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핑크색 라인을 두르고 핑크색 벽지를 바른다고 그것이 모두 다 여성친화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양산지역 최대화두는 ‘여성친화도시’였다. 정치권에서 ‘양산을 여인천하로 만들자’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왔고, 이윽고 지난해 6월 양산이 경남 최초로 김해와 함께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여성친화도시 지정 1년이 지난 현재, 여성친화도시조성 조례안이 마련됐고 시민참여단이 구성돼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기틀을 다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성친화, 양성평등에 대한 개념 정립이 되지 않은 채 진행한 사업들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고, 5개년 계획이 무색하게 즉흥적으로 진행된 여성친화사업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조례 제정, 시민참여단 구성 등
여성친화도시 조성 기반 구축


양산은 지난해 6월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여성가족부가 선정하는 ‘여성친화도시’로 그 첫 걸음을 떼게 됐다.
여성친화도시는 한마디로 여성들만이 아닌 남성, 아동, 청소년 어르신 등 모두가 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동안 남성 중심의 ‘도시개발’이나 ‘정책결정’에서 남녀가 모두 행복하고 서로를 배려할 수 있도록 ‘여성’이라는 키워드를 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에게 불편한 도시환경이나 국가정책은 남성에게도 불편하며 여성이 행복해야 모든 가족과 시민이 행복할 수 있다는 인식하에 추진되는 사업이다.

시는 지난해 8월 여성정책 중장기발전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까지 5년간 여성친화도시 조성 계획을 밝혔다. 성평등 정책추진 기반강화, 돌봄의 사회화와 성별공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확대 등 6대 정책영역에 20대 과제, 51개 세부사업을 단계별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여성복지계에서 여성친화계로 직제명칭을 변경하고 전담인력을 충원해 여성친화도시 전담부서를 설치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여성친화도시조성 조례를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5월에는 시민 참여 극대화를 위한 여성친화도시 조성협의회와 모니터단, 서포터즈단 등 시민참여단을 구성하는 등 여성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는 시민참여단 활성화, 추진 실무부서 보고대회, 관계자 교육 실시 등 여성친화도시 중점과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특히 민ㆍ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실질적 수혜자인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친화도시가 순항을 하고 있지만은 않다. 준비단계에서부터 ‘여성친화도시가 도대체 뭐하는 건데?’라는 비아냥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며 시민들뿐 아니라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무엇보다 여성참여문화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않은 채 관 주도의 사업이 진행되다보면 실적 중심의 보여주기식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여성배려주차장, 여성리더대학 등
관 주도의 보여주기식 사업 지적


우려는 지난해 1월 현실로 나타났다. 1천415만원의 예산을 들여 시청사 주차장에 여성배려주차장을 만든 것이다. 여성을 운전이 미숙한 사회적 약자로 취급해 오히려 남성을 역차별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알자’는 의미의 여성친화적 개념을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배려하자’는 것으로 잘못 이해한 사업이었다.

여성친화도시 특수시책사업으로 추진된 여성리더대학 역시 구설수에 올랐다. 5개년 계획을 수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조차 마련하지 않고 평생교육 예산을 전용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고, 결국 시의회로부터 전시성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게 됐다.

정석자 시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기존에 시행되고 있는 수많은 사업에 그저 ‘여성전용’, ‘여성친화’란 단어만 붙여 이를 여성정책으로 둔갑시키고 있다”며 “운동장 그늘막 설치도, 도시계획도로 개설도, 심지어 화장실 개ㆍ보수도 여성친화 사업이라며 성과물인냥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인지적 관점 재정립 우선돼야
성인지예산, 여성발전기금 관심 필요


여성친화도시 정착을 위해서는 성인지적 관점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핑크색 라인을 두르고 핑크색 벽지를 바른다고 그것이 모두 다 여성친화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내년부터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성인지 예산제도가 도입된다. 성인지 예산제도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동등하게 수혜를 받도록 성차별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집행되었는지를 평가해 다음 연도 예산편성에 반영하는 제도다. 내년 회계연도부터 성인지 예ㆍ결산서를 지방의회에 부속서류로 제출해야 한다.

때문에 여성친화도시로 선정된 양산으로서도 성인지 예산 분류에 대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에 대한 특혜라 할 수 있는 일회성 또는 선심성 정책이 아닌 여성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남성들의 들러리가 아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환경과 기반을 마련하는 진정한 양성평등 사업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

심경숙 시의원(통합진보, 양주ㆍ동면)은 “정책을 추진하는 공무원은 물론 여성 스스로도 양성평등적 개념, 성인지 예산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여성정책 중장기발전계획 수립과정에서 제시됐던 수많은 사업들이 과연 성인지적 관점에 부합하는 사업인지 여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심도있는 토론의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친화도시 선정과 성인지 예산제도 도입은 별도의 예산이 더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여성발전기금의 활용이 중요한 시점이다. 여성발전기금은 5년간 20억의 기금을 조성해 그 이자로 여성정책사업을 진행하는 특별회계로, 지난 2007년부터 매년 4억원씩 기금을 출연했다. 하지만 2010년 단 한푼도 출연되지 않았고 지난해와 올해는 절반 수준인 2억원만 출연돼, 현재 16억원에 그쳤다.

정 의원은 “기금조성이 지지부진하는 것은 여성친화도시를 조성하겠다는 시 의지를 의심케 만들고 있다”며 “내년에 반드시 나머지 4억원의 기금을 출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기금운용 계획은 올해부터 철저히 세워 내년에는 기금을 활용한 여성정책사업들이 실제 추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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