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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
오피니언

[빛과 소금]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6/19 10:24 수정 2012.06.19 10:24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며칠 전 미국에서 이민 목회하고 있는 후배 목사의 설교 중 목회가 너무 힘들어서 존경하는 선배 목사님과 상담 중에 “자네, 토란 줄기가 가늘지만 어떻게 그 큰 잎을 지탱하는 줄 아나? 토란잎은 물방울을 흡수하지 않고 털어버리기 때문이야! 지나간 상처, 섭섭함, 분노, 실패 다 털어버리게” 그래서 그 뒤론 토란잎처럼 다 털어버리고 견디며 사역 했더니 오늘의 교회 성장을 이루어 왔다고 고백했다.

그러고 보니 비가 내린 뒤 울타리 밑에서 자란 넓적한 토란잎이 바람에 흔들거릴 때 물방울이 구슬처럼 맺히면서 또르르 구르는 모양이 참 재미있고 신기했다.

토란잎과 같이 물방울이 구술처럼 잘 맺히는 식물의 잎은 연꽃, 아카시아나무, 명아주, 토끼풀, 은행잎 등이 있다. 잎의 표면에 물방울이 맺힐 때 이루는 각도를 발수각도로 정하면, 물방울이 구슬처럼 잘 맺혔던 잎에서의 발수각도는 60°이하이고 그 중 토란잎에서는 발수각도가 50°로 가장 잘 맺힌다. 물방울이 잘 맺히지 않는 잎의 발수각도는 100°이상이다.

그리고 토란잎의 단면의 구조는 잎 표면의 상 표피(앞면)에서부터 왁스 층, 각피 층, 표피세포, 책상조직, 물관, 해면조직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중에서 왁스 층과 각피 층은 아주 얇은 층으로 구분하기가 어렵다.
토란잎과 같이 물방울이 구슬처럼 잘 맺히게 하는 원인은 잎 표면의 각피층과 왁스성분의 영향 때문이며 또한 잎의 표면이 요철모양으로 이루어져 표면장력이 함께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폭우가 쏟아져도 토란잎은 젖는 법이 없는데, 이는 토란잎 표면에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산봉우리가 수없이 솟아 있고 이 산봉우리에 나노미터 크기의 돌기가 마치 나무처럼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물방울은 토란잎에 난 크고 작은 ‘골짜기’와 ‘숲’ 사이를 타고 일정한 크기로 모인 채 흘러내린다. 이 과정에서 표면의 먼지까지 말끔하게 씻긴다.
이것이 바로 ‘로터스 효과’다. 중 3 국어에 나오는 ‘복효근’의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 시에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 대면 /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둥근표정 /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 토란잎이 물방울을 털어 내기도 전에 /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되나”

매일의 삶속에 털어버리지 못해 지치고, 부러지고, 쓰러진 우리에게 오늘도 토란잎은 자기처럼 털어버리고 살라고 궁글 궁글 둥근 표정으로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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