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이운용교수의 인도 비즈니스] 비즈니스 협상은 이렇게 해..
기획/특집

[이운용교수의 인도 비즈니스] 비즈니스 협상은 이렇게 해라 -2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6/19 10:56 수정 2012.06.19 10:56




↑↑ 인도무역센터 회장이 국내 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상담하는 모습
계약체결에 관한 조언들 


인도인은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해 많은 작은 문제를 일부러 제기한다. 너무 많은 중요치 않은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다 보면 혼란스러워지고 지치게 된다. 이점 또한 인도인들이 노리고 있는 점이다. 되지도 않는 많은 문제를 제기하여 우리측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중요한 쟁점을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

인도측으로부터 중요한 양보를 받아야 할 경우 인도인은 ‘노 플라블럼’이라고 하면서 특유의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아 초점을 흐려놓는다. 중요사항을 우리측이 계약서에 넣자고 하면 그러한 문제는 자기가 100% 책임을 질 것이며 지금 당장 별도의 서약서를 써 주겠다고 한다. 우리측에서 계약서에 명기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하면 혹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검토해 본 후에 이야기하자고 우선 넘어가거나 아니면 자기가 서약서까지 써준다고 하는데 믿지 못하느냐고 역공을 하고 나온다.


 
↑↑ 인도무역 B2B 사이트 홈페이지
 
‘너를 믿는다’는 골칫거리의 시발점


중요사항에 대하여 인도파트너가 자기가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니 믿어 달라며 별도의 종이에 서약서를 쓰겠다고 할 때 ‘너를 믿는다’는 말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 ‘너를 믿는다’는 표현은 ‘너에게 속아도 좋다’는 표현으로 생각하면 된다. 가능하면 우리 주장을 계약서에 넣어야 한다.

인도인이 너스레를 떨면서 ‘자기는 우리측을 믿고 있는데 왜 우리는 자기를 못 믿느냐’고 역습할 때 우리측의 대응 방안의 하나로는 ‘너는 우리를 못 믿어서 사소한 사항까지도 일일이 계약서에 넣었느냐’고 응수하면 된다. 아주 사소한 사항까지도 계약서에 포함하는 인도인이 우리 주장을 계약서에 넣지 않고 자기를 믿으라고 할 때는 반드시 우리가 모르는 어떤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계약을 하고 나면 그 시점부터 인도인은 인간적인 면은 사라지고 한국인이 느끼기에는 매정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무적인 관계로 들어간다. 한국인들은 계약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하면 인간적인 면으로부터 해결책을 시도하나 인도인들은 계약 내용으로부터 해결방안을 찾는다. 따라서 우리측은 계약할 때 구두로 약속하지 않았느냐고 이의를 제기하고 인도인은 계약서에 책임이 명기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점에 있어서는 인도인들의 접근방법이 더욱 합리적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나중에 우리가 주장해야 할 사항은 아무리 사소한 사항일지라도 가능한 한 모두 계약서에 담아야 한다.

그러나 명심할 것이 있다. 인도 내에서 필요한 계약서는 우리가 위반하면 인도인에게는 좋은 무기이지만 인도인이 위반할 때는 하나의 종이쪽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효력을 키우려면 중재지역을 제3국으로 해둘 필요도 있다. 평소에 계약서 내용을 숙지하고서 최악을 준비하고 있어야 당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상대에게 모든 것을 요구하라


한국인끼리의 계약 협상은 상대방에 대한 체면 때문에 절대로 무리한 요구사항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인데, 인도인은 우선 모든 것을 상대에게 요구하고 나서 상대가 반박하지 않는 선에서부터 자신이 이익을 얻는다고 생각하여 되든 안 되든 요구하고 본다. 계약서 초안에 모든 것을 우리측 부담으로 해놓는 것은 이런 목적 때문이다.

또한 인도인은 이에 대하여 전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즉 이것이 인도인들의 협상방식의 일부이며 상대가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이면 받아들일 만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받아들였다고 생각하고 상대가 양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거꾸로 우리가 인도인이 되어 무리라고 생각되더라도 인도측에 요구해보자. 경우에 따라서 궤변일지라도 논리적으로 인도인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예상치 않게도 우리 생각에 무리한 요구사항도 인도측이 쉽게 수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는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아마 처음부터 인도측이 양보할 생각을 가진 부분이었을 것이다.

인도인은 크고 작고를 구분하기보다는 협상 자체를 즐기는 경향도 있다. 따라서 너무 쉽게 작은 것을 양보하는 경우 상대를 우습게 본다. 상대가 양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자신이 옳기 때문에 결과가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충분한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여 인도인을 설득할 수 있으면 손쉽게 우리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따라서 사소한 사항도 체면 때문에 양보하지는 말아야 한다.


↑↑ 뭄바이 번화가 무역의 중심지
길일은 언제든지 있다고 생각하라


또한 경영권 등과 관련된 지분문제 등에 있어서는 물러설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듯 파국 직전까지 몰아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0월 0일이 길일이라고 하면서 점성술사까지 동원하여 계약 체결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교섭이 중단되지 않도록 한다. 상류층은 대부분 점성술사를 집에 고용하고 있다.

계약을 반드시 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인도측에 있으면 그들은 점성술에 보니 0일 0시가 길일이므로 그때 계약을 체결하자고 한다. 인도인이 이렇게 나올 때는 인도측이 계약을 어떻게 해서라도 성사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면 된다. 이때 우리측에서 시간에 얽매여 충분한 검토를 하지 못하고 계약에 임할 수가 있다. 어떤 경우는 준비가 불충분하여 계약을 체결치 못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인도인은 이 경우 불충분한 내용을 가지고 가계약이라도 체결하자고 나온다. 그러나 이 가계약이 파트너에 의하여 악용될 소지가 매우 많다. 따라서 좋은 날은 언제나 있다는 생각으로 서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우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을 때 이러한 예가 많이 발생한다.


약속은 지킨다는 관념을 버려라


우리측은 협상과정 중 너무 쉽게 약속을 한다. 또한 우리가 인도사정을 잘 모르고 한 약속임을 나중에 알게 되더라도 우리는 가능하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손해를 자초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도인은 우리가 인도를 잘 모른다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며, 반대로 어제 한 약속이 인도측에 불리한 것임을 알면 인도측은 조금도 거리낌 없이 어제의 약속을 오늘 번복해 버린다. 즉 어제와 오늘의 상황이 다르므로 최종 계약으로 싸인 하기 전에는 번복해도 아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점은 인도인들의 특유한 생활방식이자 사회적응력이라고 볼 수 있다. 다민족, 다종교, 다계층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상호 수용하고 인정해 나가기 위해서는 현실 변동 상황을 서로 이해해 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도인이 말을 바꾼다 해서 의리없는 나쁜 사람이라고 매도하기보다는 내가 인도인처럼 행동하도록 즉, 현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한 번 약속했으면 지켜야지’ 하는 우리식 관념을 버려야 한다.


경험자의 이야기를 협상에 이용하라


처음 인도에 진출하려고 인도를 방문하면 반드시 먼저 진출한 선험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여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인도는 ‘법률의 바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복잡한 법률구조와 논리 속에 비논리가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나라이다. 선험자라 해도 법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경험한 것은 대부분 후발자가 밟아갈 코스로 보면 된다.

인도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문제가 수시로 발생한다. 이러한 것은 결국 경험해 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인데 개인이 아닌 기업에 있어서는 경험하고 나면 이미 기업 경영에 큰 타격이 온 다음이다.
선험자의 성공, 실패 경험은 대부분 후발 진출자가 그대로 당면하게 되는 유사한 케이스들로서 경청하면 스스로 새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정보의 보고라고 보면 된다. 대부분 법을 잘 안다든가 대기업으로서 자체 노하우가 많은 경우 선험자들의 경험을 흘려듣고 많은 시행착오와 손실을 본 후에 제자리를 찾아오는 것이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현실이다. 우리 기업인들은 해외에 진출하면 다른 한국기업의 조언은 대개 무시한다. 국내에서 경쟁관계에 있다고 생각하면 서로 정보를 차단하기까지 한다.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인도에서는 정말 조심할 태도다.

↑↑ 시내에 있는 한 잡화상가
그러므로 계약을 최종 완료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먼저 인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인들의 경험담, 조언 등을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흘리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어 계약협상 등에 반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주 사소한 정보까지도 기록해서 서로 나누어 보는 일본 기업인들의 태도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