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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함양간 고속도로 건설사업 기본노선계획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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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함양간 고속도로 건설사업 주민설명회가 결국 또 무산됐다.<본지 434호, 2012년 6월 12일자>
공사 전면백지화를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던 2009년 이후 3년 만에 노선을 일부 변경했다며 설명회를 재개하려 했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피해가 더 증폭됐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1일 배내골홍보관에서 울산~함양간 고속도로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주민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시작도 못하고 취소했다.
울산~함양간 고속도로는 건설교통부가 지난 2004년부터 추진해 온 것으로 울산과 경남내륙을 연결하는 144.8km 구간을 2013년 착공해 2017년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이 노선 가운데 밀양시 단장면을 지나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나들목으로 연결하면서 양산시 원동면을 3.71km 통과하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3.71km 대부분은 터널이지만, 배내골을 통과하는 430m 도로는 교량으로 설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들은 양산 통과 전 구간을 지하터널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지하터널화는 지질적ㆍ기술적 문제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단, 노선을 울산 울주군 방향으로 우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했고, 3년 만에 변경된 노선으로 주민설명회를 재개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주민설명회를 박차고 나온 주민들은 도로공사가 주민들 눈을 속이기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며 단단히 화가 났다.
배내골 주민들은 “변경했다는 설계도를 확인해 보니 양산 배내골과 울산 배내골 경계지점을 교묘히 걸친 위치에 교량이 설치되도록 설계해 놨다”며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기 보다는 양쪽 지역 주민들간 분란을 일으켜 골치아픈 민원을 막으려는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욱이 배내골 교량 앞ㆍ뒤 2~3km 거리에 사갱(터널굴착 때 생기는 굴착토나 재료 등을 운반하기 위한 통로) 두 곳을 만들어 배내골로 공사차량들의 진출입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주민들은 “사갱은 지난 2009년 설명회 때는 없었던 것으로, 파래소폭포와 태봉마을 입구로 연결돼 있어 배내골 전역이 대형공사장으로 이용될 위기에 놓였다”며 우려했다.
이에 도로공사는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만든 자리가 무산돼 유감스러울 따름”이라며 “비록 주민설명회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이 제기하는 문제점이나 우려하는 부분들을 원동면사무소를 통해 전달해 주면 면밀히 검토해 합의점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수도보호지역ㆍ수변구역 지정, 고전압 송전탑 건설 등으로 이미 재산권과 환경권 등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는 배내골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더는 국책사업의 희생양이 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도로 건설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민들은 “청정 이미지로 농사를 짓고 관광객을 유치해 왔던 배내골이 5년간 고속도로 공사장이 된다면 주민들의 생존권 파괴는 불 보듯 뻔한 결과”라며 “주민들이 단결해 고속도로 공사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