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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노래하는 새터민 진달래 씨..
사람

노래하는 새터민 진달래 씨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입력 2012/06/26 13:22 수정 2012.06.26 01:56
2008년 탈북에 성공해 한국 정착, 신곡 선보이며 가수 활동 시작





4년 전 북한에서 건너온 진달래(33) 씨는 요즘 나날들이 구름 위를 걷는 것만 같다. 어렸을 적 꿈꾸었던 가수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생애 첫 녹음을 마치고 시민들에게 신곡 ‘통일열차 3000’과 ‘나는 지꺼라예’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앞으로 가수로서 걸어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녀는 꿈을 이루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다.


북한에서 소조활동하며 음악 배워
가수를 꿈꾸었지만 생계 위해 포기


어렸을 때부터 노래에 소질이 있었다. 학교에서도 독창, 이중창은 빠지지 않고 했다. 음악은 학교 내 소조활동으로 배웠다. 소조활동은 남한의 특별활동이나 방과후수업 같은 것이다. 특성상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배울 순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를 꿈꿨다. 음악적으로 욕심은 있었다. 환경적으로 받쳐줬다면 체계적으로 내 꿈을 펼쳐봤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서 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먹고 사는 문제’였다. 다른 데 한눈 팔 수 없었다”

북한 사회에서는 체계적으로 배우더라도 예술가로서 안정적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 없었다. 예술단을 통해 가수 활동을 시작해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예술단 활동으로는 안정적인 생활이 어려웠다. 가수의 꿈은 접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작은 행사나 공연이 있을 때 참가하곤 했다.
2008년 한국에 올 당시에도 가수의 꿈을 꾸진 않았다.

“감히, 한국에서 태어나지도 않은 내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나보다 더 재능 있는 사람도 못하는데. 섣불리 나섰다가 괜히 웃음거리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이 참가하는 노래자랑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저런 것도 있구나. 나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마음을 접었다. 북한에서 왔다는 걸 숨기고 싶었다. 혼자 한국에 왔다면 괜찮았을 텐데, 함께 온 가족이 마음에 걸렸다. 한국은 열심히 일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사회이니까 현재에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작곡가 이수태 곡으로 지난 2일 데뷔
노래로 통일과 탈북자 관심 가져주길


그러다 마이크를 잡은 건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지역 작곡가인 양산CT밴드 이수태 단장을 소개 받은 것. 신곡 ‘통일열차 3000’의 주제가 통일인 만큼 새터민을 찾고 있던 터에 양산경찰서가 추천했다.

이수태 단장은 “가수의 자질은 목소리가 얼마나 청량하고 파워가 있는가인데, 근래에 듣기 힘든 목소리다.
아주 깨끗하다. 음악적 감각도 뛰어나 노래 소화를 잘 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첫인사를 나눈 뒤 노래 녹음까지 모든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 2일에는 지역 행사에서 첫 선을 보이며 데뷔 무대도 치렀다.
  
“‘잘 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긴장을 가라앉히고 무대에 올랐다. 만족스런 공연이었다. 내 딴에는 자랑하고 싶지만 아직 활동이 적기 때문에 무언가가 되기 전에 입바른 자랑부터하는 건 주제 넘는 일인 것 같다”

이제 활동을 시작한 지 갓 한 달여. 새터민으로서 남 앞에 나선다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가수의 꿈은 더욱 단단해져가고 있다. 가수 활동에 대한 걱정과 바람도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노래가 나오면 사랑해주시는 것 그것밖에 바랄 게 없다. 탈북자도 꿈을 이룰 수 있고, 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제일 감사하다. 다만, 사람들이 탈북자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다른 마음으로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제 노래를 통해 통일과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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