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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하루 세 번의 행복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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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화요살롱] 하루 세 번의 행복할 수 있는 기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7/03 10:56 수정 2012.07.03 10:56



 
↑↑ 김현수
영산대학교 일어학과 교수
 
일전에 평소 내가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불쑥 요즘 무슨 재미로 사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순간,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재미? 여기서 말하는 재미가 무엇일까? 새삼스레 생각해보았다. 결국 재미라는 것은 ‘무슨 일을 하면 즐거운가?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한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따라서 요즘 무슨 재미로 사냐는 질문은 요즘 어떤 때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끼는가라는 질문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최근에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있는가? 새삼 나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지극히 분명한 이야기로 우리들은 행복하기 위해 살고 있다. 그런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은 대단히 쉬워 보이지만, 사실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사람들은 행복한 그 순간에는 그것이 행복하다고 느끼기 어렵고, 그 행복한 시간이 지나가고, 그때보다 덜 행복해졌을 때, 그 때보다 불행해졌을 때, 비로소 과거의 시간이 행복했던 시간이었다고 느낀다고들 한다. 이처럼 행복이라는 것은 가지기도 힘들지만, 가졌다 하더라도 그것을 느끼기도 힘든 것이다. 따라서 이런 행복에 대해 누가 불쑥 질문을 던진다면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의 선배 이야기로 돌아가서, 사실 그 질문에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일이 없었다. 바쁘기만 한데 무슨 재미타령, 행복타령을 하는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런 곤란한 질문을 하는 선배에게 그럼 선배는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선배의 대답은 “삼시 세끼 밥 먹는 재미로 산다”라는 것이었다. 뭔가 대단하고 거창한 대답을 기다렸는데, 순간적으로 너무나 엉뚱한 대답에 웃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대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니 너무나 괜찮은 대답이라 생각되었다. 정말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삼시세끼 밥 먹는 재미로 산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살기 위해 먹느냐, 먹기 위해 사느냐 하는 이야기들을 종종 하는데, 이에 대해 깊이 논하기에는 지면이 허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깊은 철학적 소견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만 언급하기로 하겠다. 필자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살기 위해서는 어차피 먹어야 한다. 그것도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매일 먹어야 하고, 또 웬만하면 하루 세 번의 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기왕 먹어야 하는 식사가 재미, 즐거움,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이는 얼마나 멋진 일일까? 특히 식사의 경우는 지극히 본능적인 느낌이므로 그 행복한 느낌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루에 세 번의 식사시간이 있다면, 하루에 세 번의 행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기왕 먹는 식사, 이것을 우리는 아무렇게나 배를 불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매번 대단한 식사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잦은 진수성찬은  몸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또 너무 잦으면 행복하다 느껴지지도 않는다. 한 끼 한 끼를 소중히 생각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식사를 미리 생각해서, 준비하거나 계획한다면, 그 한 끼 한 끼가 재미를 가져다주고, 그것은 곧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식사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비단 음식의 메뉴나 맛만이 아닐 것이다. 누구와 어떻게 어디서 식사를 하느냐 하는 것도 그 식사에서 행복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일 것이고, 어디서 어떤 기분으로 먹느냐에 따라 또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이어트 식단과 같은 절제된 식단에서 다이어트의 성공이라는 목표를 생각하며 절제된 식사를 해내었다는데서 행복을 느낄 지도 모른다.

요즘 나도 그 선배를 따라 삼시 세끼 밥 먹는 재미로 살고 있다. 한 끼 한 끼에 신경을 쓰고, 의미를 부여하니, 매 식사시간이 기다려지고, 즐거워진다. 그렇다고 그렇게 부담되는 식사는 결코 하지 않는다. 결국 부담이 되지 않으니까 더 즐겁고 행복하다.

아침은 건강을 위해 야채와 과일위주로 먹으면 왠지 건강해진다는 생각에 뿌듯한 느낌이 든다. 점심은 칼국수를 먹어보자. 그럼 어디서 누구와 먹을까? 생각해 본다. 주말의 점심은 색다르게 취나물밥을 직접 해서 먹어보면 어떨까? 하는 식이다.

세상에는 다행히 무궁무진한 음식들이 있다. 또 주위에는 식사를 같이 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에겐 무궁무진한 행복의 기회가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세 끼 식사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진다면,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하루에 세 번의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여러분은 요즘 무슨 재미로 살고 계신가요? 저는 삼시 세끼 밥 먹는 재미로 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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