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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명남 201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삽량문학회 회원 이팝시 동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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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면부지의 감나무를 향해 손부터 내민다
혼자서는 곧게 설 수 없는 줄기의 생이
손잡아줄 누군가를 향하여 먼저 다가서는 것이리라
늙은 감나무를 위해
덩굴손의 방향을 바꿔 놓고 노끈으로 잘 묶어두었지만
이미 뜨거워진 감나무의 가슴에 손을 넣어 본 뒤였는지
하룻밤 사이 다시 몸을 틀어 곁가지 하나 꼭 잡았다
그들의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나무는 가지를 흔들어 햇볕 나눠주고
잎을 맞대어 세찬 장맛비 막아 주었다
덩굴손은 군데군데 노란 꽃등을 켜고
나무의 해거리로 절명하는 풋감을 지켰다
서로 한몸이 되어 긴 여름을 났다
가을 햇볕에
감나무에서 호박이 편안하게 늙는다
호박 덩굴에서 감이 붉게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