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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희 소토초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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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들으면 즐거워지지 않고 기분이 나빠지는 소리는?”하는 물음에는 “화내는 소리요”, “친구가 놀리는 소리요”, “밤중에 시끄럽게 하는 소리요” 라고 대답을 하였다.
이때 현이(가명)가 큰소리로 “엄마아빠 싸우는 소리요” 하자,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맞아요. 우리 엄마아빠도 소리 지르며 싸워요”, “물건도 던져요”, “싸우는 소리 들으면 가슴이 두근두근해요”, “이러다 엄마아빠가 이혼하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라며 여기저기서 큰소리로 말을 하는데 평소 말이 별로 없는 철이(가명)가 “싸우는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라고 하였다.
가끔 수업을 하다 <우리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부부싸움’에 관한 말이 나오면 서로 먼저 말하려고 난리를 피운다. 아이들의 엄마아빠가 어떻게 다투는지 그 상황이 눈에 선할 정도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걸 2학년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해시키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특히, 밖에서 어른들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는 철이 말이 며칠을 두고두고 머릿속을 맴돌았다.
교실에 앉아서 선생님을 쳐다보는 21명의 아이들은 등교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맑고 밝은 표정이다. 그 나이만큼 나름 상처도 있고 고민도 있을 거라고 짐작하지만 세상을 9년째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에는 주변 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종종 느낀다.
“너희들이 친구들과 다투는 것처럼 엄마아빠도 같아. 의견이 안 맞아서 어른들도 다툴 때가 있거든. 그리고 또 화해하잖아”
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이렇게 말을 해주지만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충격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라는 것을 부모들은 알고 있을까? 서로 엄마아빠의 이야기를 하고 들으면서 아이들은 어른들 생각처럼 부끄럽다는 감정보다는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하는 위로와 안도감을 받는다.
경제적으로 위축되고, 나만 이 사회에서 소외된 것 같고,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어른의 팍팍한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꼭 같이 투영되어 나타난다. 예전에는 부모가 경제적으로 좀 어렵고 덜 배워도 가정은 ‘따뜻함’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은 해체되는 가정이 많아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이 ‘아이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알의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적당한 온도와 흙이 있어야 하고, 싹이 트고 난 뒤에도 알맞은 영양분과 물과 온도와 공기와 보살핌이 있어야 튼실한 열매를 맺게 된다. 하물며 아이들이 한 사람으로 자라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는 표현을 쓰지 않아도 되는 현실이 아이들에게 주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