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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자연색이 조화로워 보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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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색이 조화로워 보이는 이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7/17 09:10 수정 2012.07.17 09:17




 
↑↑ 신현경
영산대학교 학부대학 교수
 
대학에서 색채디자인을 가르치는 첫 시간에는 학생들한테 “아름다운 색은 무엇일까?”라고 물어보며 시작한다. 서로 조화롭게 어울리는 색이라는 답이 나온다. 그러면 “조화롭게 어울리는 색은 무엇일까?”를 가지고 토론을 한다. 결국 자연에 있는 색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자연은 어디에나 프레임을 대보아도 서로 조화롭게 어울려 보인다. 봄에는 노란 개나리 옆에 라일락 나무의 연보라 꽃과 연초록색 잎을 보며 감탄을 자아낸다.

여름에 피어나는 꽃들은 짙푸른 녹색 잎에 맞추어 화려함이 무르익는다. 가을에는 파란 하늘 아래서 빨강과 노랑의 원색들과 함께 아름다움을 뽐낸다. 그리고 그 화려했던 꽃과 잎을 떨어뜨리며 다가오는 겨울 색은 채도가 낮지만 여전히 보기 좋다.

이렇게 만물이 잠드는 겨울을 제외하고 보통 꽃들은 벌이나 나비가 날아오도록 스스로 녹색 잎과는 반대색으로 돋보이게 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녹색의 보색(색상환에서 완전히 반대편에 위치하는 각 색에 대한 반대색으로 서로에게 없는 색을 말한다)인 빨강과 배합되는 자연물로 동백꽃과 장미꽃, 크리스마스의 대표적 꽃인 포인세티아 등 수없이 많다.

이 보색의 대비를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미를 좋아하게 된다.  

반면에 장미를 그리기 위하여 인공 물감의 원색들로 빨강색과 녹색을 사용해서 그려 보면, 유치해 보인다. 아무리 형태와 질감, 구도 등이 좋아도 각자가 눈에 튀고 싶어 혼자만 잘 났다고 서로를 배척하는 색이 되고 만다. 왜 그럴까? 자연의 색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물론 자연을 보고 즐기는 우리 눈이 그 색에 익숙해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자연 색이 지니고 있는 비밀을 캐어보기 위하여 자연을 찍은 사진을 가지고 컴퓨터로 스캔하여 색을 분석해 보자.

그러면 자연의 모든 색에는 삼원색(우리가 섞어서 만들 수 없는 순수한 원색으로 빨강, 노랑, 파랑을 말한다)이 다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빨간색의 꽃 속에는 노랑과 파랑을 합친 녹색의 보색을 품고 있는 것이다. 빨강의 보색은 녹색으로 서로에게 없는 색을 품고 있다.

각각의 색 안에 들어있는 삼원색 때문에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색이 있어 조화로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물감의 원색에 각각의 보색을 조금씩이라도 섞으면 삼원색이 모두 들어있게 되어 조화로워 보인다.

여기에 조화로움을 더해주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자연의 색들은 같은 채도를 띠면서 주변과 조화로움을 자아낸다. 갓 피어나는 여린 나뭇잎의 보색은 옅은 색이며 한참 자란 짙은 나뭇잎에서는 같은 채도의 짙은 색 꽃들이 피어난다. 서로 같은 채도에서 색의 역할이 보완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염색은 자연에서 재료를 채취하여 물감을 들이기 때문에 물감이라 하더라도 참으로 다양한 빛깔이 오묘하게 뿜어 나온다. 이들은 어떤 색으로 배색을 해도 서로 간에 조화가 있다.

또한 전통 염색으로 만든 옷을 입어보면 원재료가 스며있어 자연이 전해주는 특별한 느낌이 전달된다. 황토로 물들인 광목은 황토 빛의 다양함과 자연의 재료를 머금은 질감에서 느껴지는 편안한 감성이 살아난다.

그러나 서양의 인공 물감은 순순한 원색이기 때문에 서로 섞일 수 있는 보색이 없어 조화롭지 않아 보인다. 색상환(색의 변화를 계통적으로 표시하기 위해서 색표를 둥근 모양으로 배열한 것)에서 서로 가까운 색이래도 섞어서 칠해 보면 조금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부족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그래서 색을 조화롭게 보이는 비결은 물감의 원색에 서로의 보색을 조금씩이라도 섞어서 쓰는 것이다.

이를 통하여 ‘조화롭다는 것은, 고유의 성질을 지닌 채 조금씩 다른 색이 섞여 있으며 주변과 같이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배운다. 사람 사는 이치도 색을 중심으로 그 이치를 이해해 보아도 무방하다.

특히 색은 감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바깥에서 받아들이는 정보의 70~90% 이상이 시각으로 받아들이며, 이 시각 중에서도 60~80%를 색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성이 크다. 그래서 감성 훈련을 위하여는 색채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며 색을 통한 심리 분석이나 색채 치료도 가능해진다.

우선 나 자신이 조화롭기 위해서 자신 안의 보색을 찾아보는 일은 어떨까? 타인을 이해할 수 없어 화가 난다면 그 화는 사실 자신 안의 보색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보색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상의 ‘날개’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그대는 이따금 그대가 제일 싫어하는 음식을 탐식하는 아이러니를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소!”

색상환에서 가까운 색들처럼 좋아하는 사람,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만나면 편하긴 해도 다름을 이해할 수 있는 길도 없게 된다. 자신이 보려는 면만을 보게 되면 진정한 자신을 알 수 없는 것이다. 자연처럼 자신 내면에 숨겨져 있는 보색 속에 다른 사람과 공유할 부분이 있으며 삶의 변화와 창조의 길이 그 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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