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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 통합지원팀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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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의 소개를 받고 다급한 내 심정을 하소연할 수 있겠다 싶어 반가운 마음이었다. 고1 아들이 학교를 안 다니겠다고 한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것은 없는데, 수업시간에 자고, 담임에게 말없이 학교에 안나가다보니 혼나는 일이 잦아지고, 결석일수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공부가 아닌 하고 싶은 게 있어서라면 이해라도 해 보겠는데, 밖에 나가서는 비슷한 아이들과 어울려서 그냥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큰 아이를 키울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달래도 보고 때려도 봤는데 요지부동이다. 아이 엄마는 어떡해서든 학교는 계속 다니게 해야 한다는데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다.
A. 별다른 이유 없이 학교를 안 가겠다는 아이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당황스럽고 막막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와 얘기를 하다 보면 부모님이 생각하셨던 것보다는 많은 생각을 했고 나름의 방안도 가지고 있음을 들으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서만은 아니라는 것도 아시게 되고요. 그렇지만 지금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면 앞길이 험난할 것이란 생각에 부모로서 동의하기가 힘드신거죠. 공부를 잘하라는 것도 아니고 대학은 안 가도 좋으니 고등학교 졸업장만큼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었지만 부모님을 생각해서 학교에 다니다 온 몸에 피부병이 생겼던 아이는 몇 달을 치료해도 낫지 않았는데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1달 만에 병이 나았습니다. 중학교 때 손을 놓은 공부로 인해 전문계고로의 진학을 생각했지만 통학거리가 멀면 힘들거란 부모의 설득에 집에서 가까운 인문고로 갔습니다.
수업은 따라가기 힘들고, 흥미도 없다보니 수업시간엔 자고, 집에서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이럴 바엔 학교를 왜 가나 싶었고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이 두렵다. 나도 하루아침에 내린 결정이 아닌데 부모님도 선생님도 학교를 안 다니겠다는 그 상황만 보고 나의 의견은 들어주려 하질 않는다.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지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내게 한다.
나의 생각이 어설프고 때론 황당하고 끝까지 잘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충분히 설명할 수 없어 속상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 밖에 꺼냈을 때는 그만한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이 공부를 안 하겠다거나 자신의 삶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닌데도 어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학교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말도 하고, 공부에 소질이 없으면 일찌감치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것이 내 아이의 상황이 되면 달라집니다.
학교는 배움을 얻기 위한 공간입니다. 학교 밖이라서 배우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공부는 내가 필요할 때 하는 것이 가장 능률적입니다. 시키지 않아도 힘들어도 알아서 합니다. 정상적인 학교졸업이라는 생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아이와 협력하여 길을 모색하다보면 공부도 스스로 하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습니다.
생각만으로 또는 시도해보지도 않았는데 실패다 성공이다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른들이 가르쳐 주는 길이 틀리지 않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개척해보겠다는 용기가 올바른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격려해주는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