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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청소년이 행복한 사회
학업중단이 공부중단은 아니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7/24 11:38 수정 2012.07.24 11:40







 
↑↑ 이정희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 통합지원팀장
 
“야!! 방학이다”는 외침 속에는 토요전일제 시행으로 기간은 짧아졌지만, 일상에서의 해방감이 듬뿍 담겨있다. 그런데 “휴! 방학”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다. 학교가기 싫다는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부모상담이 유난히 많았던 탓에 한편으론 공감이 된다. 


Q.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의 소개를 받고 다급한 내 심정을 하소연할 수 있겠다 싶어 반가운 마음이었다. 고1 아들이 학교를 안 다니겠다고 한다. 특별히 문제를 일으킨 것은 없는데, 수업시간에 자고, 담임에게 말없이 학교에 안나가다보니 혼나는 일이 잦아지고, 결석일수도 늘어나고 있다.

학교공부가 아닌 하고 싶은 게 있어서라면 이해라도 해 보겠는데, 밖에 나가서는 비슷한 아이들과 어울려서 그냥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큰 아이를 키울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달래도 보고 때려도 봤는데 요지부동이다. 아이 엄마는 어떡해서든 학교는 계속 다니게 해야 한다는데 도무지 방법을 모르겠다.


A. 별다른 이유 없이 학교를 안 가겠다는 아이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당황스럽고 막막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와 얘기를 하다 보면 부모님이 생각하셨던 것보다는 많은 생각을 했고 나름의 방안도 가지고 있음을 들으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단순히 공부하기 싫어서만은 아니라는 것도 아시게 되고요. 그렇지만 지금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면 앞길이 험난할 것이란 생각에 부모로서 동의하기가 힘드신거죠. 공부를 잘하라는 것도 아니고 대학은 안 가도 좋으니 고등학교 졸업장만큼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입니다.
 
친구들과의 관계가 너무 힘들었지만 부모님을 생각해서 학교에 다니다 온 몸에 피부병이 생겼던 아이는 몇 달을 치료해도 낫지 않았는데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있으면서 1달 만에 병이 나았습니다. 중학교 때 손을 놓은 공부로 인해 전문계고로의 진학을 생각했지만 통학거리가 멀면 힘들거란 부모의 설득에 집에서 가까운 인문고로 갔습니다.

수업은 따라가기 힘들고, 흥미도 없다보니 수업시간엔 자고, 집에서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습니다. 이럴 바엔 학교를 왜 가나 싶었고 내가 관심 있어 하는 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은 말합니다.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이 두렵다. 나도 하루아침에 내린 결정이 아닌데 부모님도 선생님도 학교를 안 다니겠다는 그 상황만 보고 나의 의견은 들어주려 하질 않는다. 이유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지에 대해서는 말도 못 꺼내게 한다.

나의 생각이 어설프고 때론 황당하고 끝까지 잘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충분히 설명할 수 없어 속상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 밖에 꺼냈을 때는 그만한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한 번쯤은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학교를 그만둔다는 것이 공부를 안 하겠다거나 자신의 삶을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닌데도 어른들은 그렇게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학교공부가 전부는 아니라는 말도 하고, 공부에 소질이 없으면 일찌감치 다른 길을 모색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것이 내 아이의 상황이 되면 달라집니다.
 
학교는 배움을 얻기 위한 공간입니다. 학교 밖이라서 배우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공부는 내가 필요할 때 하는 것이 가장 능률적입니다. 시키지 않아도 힘들어도 알아서 합니다. 정상적인 학교졸업이라는 생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아이와 협력하여 길을 모색하다보면 공부도 스스로 하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습니다.

생각만으로 또는 시도해보지도 않았는데 실패다 성공이다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른들이 가르쳐 주는 길이 틀리지 않으리란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개척해보겠다는 용기가 올바른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격려해주는 지혜로운 대응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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