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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호 남강역리연구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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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가는 김종필 씨를 힐끗 쳐다보더니 대뜸 “세상을 뒤집어엎으려고 하시누만” 이라고 운을 뗐다. 당황한 김 씨가 “아니, 여보시오 지금 누굴 죽이려고 그러시오?”라고 시침을 떼자 그는 “다 됐어요. 걱정 마시오. 혁명하겠다고 얼굴에 다 쓰여 있는데 뭘 그러시오.”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석정선에게 “어허, 그거 파시오. 네 발 달린 것 가지고 다니누먼! 그게 사람 죽여요. 빨리 파시오.” 라고 했다. 그때 석 씨는 자동차 운수사업을 하고 있었다. 모 일간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총리가 직접 전한 이야기다.
그 관상가가 바로 삼성그룹의 직원 채용 면접 시 자문역을 했다는 백운학이다. 그는 세무공무원이었던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에게 본명을 태준에서 태수로 바꾸게 하고 철강업에 뛰어들도록 했다고 한다. 장안의 고관대작들과 재벌가 운명을 감정하며 이름을 떨쳤던 그도 자신의 천수는 어쩔 수 없었다. 79년, 50세 중반의 나이로 단명했다고 전해진다.
사주명리학계에 그의 유명세를 빌려 백운학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요즘도 더러 있다. 하지만 기실 김 전 총리가 만난 백운학도 원조는 아니다.
조선 철종 조, 청도 출신의 한 애꾸눈 관상가가 잠룡의 시절을 보내던 이하응에게 “머지않아 안동 김문의 세도정치를 박살내고 청운의 자리에 오르지만 권불 십년이라... 일개 아녀자로 낙마하리라”고 예언했다. 그가 바로 원조 백운학이다.
그는 “네가 애꾸눈이었다면 관상가로 이름을 떨치고 그 덕으로 군수 벼슬은 할 수 있을 텐데……. 쯧쯧”하는 스승 일허 선사의 탄식을 듣자마자 스스로 한 쪽 눈을 찔러 애꾸가 되었다. 나중, 대원군에게 주청하여 청도군수로 부임했으니 속세를 떠나 고고한 삶을 추구한다는 뜻을 지닌 백운학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사연이다.
백운과 대비되는 말은 청운이다. 천자(용)가 되는 자리에는 언제나 푸른 구름이 있으니 고귀한 지위를 일컬어 청운에 올랐다고 말한다. 바야흐로 여러 용들이 연말 대권을 겨냥해 거센 용트림을 하고 있다. 그들의 측근들은 조바심에서 김종필 씨처럼 제 3의 백운학을 찾아 하늘의 뜻을 귀동냥할 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비, 구름 없이 웅비할 수 있는 용은 없다. 구름은 그 기운이 땅에서 일어나고 하늘에서 비가 되어 내린다. 무릇 용이 되고자하는 사람은 구름을 잘 타야만 한다. 구름은 다름 아닌 민심이다. 물 아래 잠겨 있을 때부터 민심의 소재를 잘 살펴야 ‘잠룡은 물용이다’라는 말을 듣지 않게 된다.
주역 64괘 중 첫째가 건괘다. 건괘는 천자(용)의 자리에 오르려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암시를 담고 있다, 묘하게도 건괘의 마지막 효는 ‘항용 유회’다. 바로 최고의 위치에서 생기는 자만심을 경고하고 있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모든 용들이 구름위로 올라갈 때는 소통을 강조한다.
그러나 막상 권좌에 오르면 한결같이 양 손으로 귀를 틀어막는다.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소통의 거부다. 백운학이 예언한 대원군의 실각도 사실 유생들을 비롯, 민초들과의 소통의 거부에서 기인됐다.
어디 대선후보 뿐이랴, 장삼이사, 우리네 평범한 민초들도 형편이 잠시 유리하다고 자만하며 처신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극즉반(物極則反), 만물은 극(極)에 차면 반드시 기우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