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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광수 정치학 박사 전 한국시민윤리학회 회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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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악한 더위에 안팎에서 들려오는 뉴스는 혹시라도 덜 더울까봐 염장을 질러준다. 이제는 옛날 얘기겠지 하고 잊고 있었던 공천 헌금 사건이 터졌다. 관련 인사 모두 부산 출신이다. 오고간 액수를 보니 부산에 돈이 없다는 탄식도 괜한 엄살인가 싶다.
2012년의 대명천지에 아직도 매관매직이 있다고 하면 너무 슬픈 일이지만, 이왕 터졌으니 이 정당 저 정당 할 것 없이 제대로 한 번 털고 갔으면 좋겠다. 이 대목에서 딱한 것은 결국 자기 집안일인데도 기다렸다는 듯 네 탓만 하는 사내들의 모습이다. 당내 경선을 두고 흥정하듯 하는 장면은 더위에 불쾌지수만 더해줄 뿐이다. 하지만 한여름에 재미 보는 ‘아이스케키’ 장사처럼 신나는 사람도 있다.
바다 건너 중국 얘기하면 열을 더 받아 더위 먹기 일보 직전이 된다. 천하의 나쁜 놈들. 북한 인권 운동하는 우리나라 인재를 잡아다 물고를 내고는 시치미를 떼고 있다. 엽기적 살인죄로 수감된 중국인이 우리 감옥에선 때리지 않아 고맙다는 웃지못할 소감을 밝힌 까닭을 알 것 같다.
‘수용소 군도’에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 살리겠다고 애쓰는 사람에게 밥은 한 그릇 못 사줄망정 두들겨 패는 무지한 아랫것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난감하다. 일단 그건 아니라는 메시지부터 분명히 하고, 만약 부끄러움을 모르고 계속 딴청을 부리면 국제적으로 연대하여 망신을 주어야 한다.
한편으론 벼락부자가 사람 귀한 줄 모르느냐고 야단을 치고, 다른 한편으론 그대들의 존경받는 스승님들께서 그렇게 가르치시더냐며 우량한 전통에서 전거(典據)를 찾아 압박해야 한다. 국력의 강약을 따지기 전에 할 때는 독하게 해야 한다.
그나저나 부산과 양산지역은 벌써 스무날이나 시원한 소나기 한 줄기 없이 35도를 넘나드는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여름은 더워야 한다며 허세를 부려보지만 눅신해진 아스팔트 모양 사람도 금세 늘어진다. 그나마 런던에서 들려오는 우리 청년들의 힘찬 기합소리와 멋진 승부 소식마저 없다면 그냥 떠 죽을 지경이다. 일요일 새벽 남자축구가 준 감동이 바로 그 대표적인 경우다.
올림픽과 관련해서는 딱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순진한 척 멍청한 소리 한 마디 하고 싶다. 올림픽 정신으로 돌아가자! 올림픽 정신이란 고상한 아마추어리즘을 말한다. 참가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되 승부의 결과엔 연연하지 않는 즐김과 의연함을 보여준다. 구경꾼들은 그 역동적인 볼거리에 감동 받으며 박수치고 환호한다. 그것으로 만족하고 끝나는 체육 놀이 한마당, 그게 바로 원래 올림픽이 지향하던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올림픽은 공정하게 경쟁하되 승부에는 연연하지 않는 우아한 아마추어리즘 즉 순수성이 없다. 한 마디로 격이 없다. 너도 나도 승부에만 과도하게 집착하니 부정행위가 생기고 심판들의 편파 판정이 나올 뿐이다. 그저 이기기만 하려는 기계 인간들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결정적인 예 하나가 바로 여자 펜싱 경기였다. 펜싱이란 기본적으로 노블(noble)한 경기다. 우리 선조들이 활쏘기로 심신을 단련하며 이기고 지는 승부보다는 사대(射臺)에 오르기까지의 삼가는 자세와 절차를 중시한 문화와 유사하다. 펜싱은 유럽의 귀족들이 상무정신을 단련하던 문인 문화의 정수다.
그런 펜싱 경기장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판정을 하고도 억척을 떠는 질 낮은 심판에,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엉엉 우는 선수까지 나왔다. 고상한 아마추어리즘은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다음, 우리 선수들의 약진을 상찬하고 싶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우리는 격투기 종목에만 강한 편중된 스포츠 강국이었다. 등수로는 세계 10위 안에 들지만 태권도와 레슬링 그리고 유도 등 싸움에만 강했었다. 그러던 우리가 이젠 수영과 펜싱 등으로까지 지평이 훨씬 넓어졌다.
일요일 현재까지 획득한 메달 17개를 보면 사격, 양궁, 유도, 수영, 그리고 펜싱 등 모두 다섯 종목이나 된다. 물론 여전히 총 쏘고, 활 쏘고, 칼로 찌르고, 업어 치고 매치는 상무의 전통이 빛난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다양한 종목들에서도 선수들의 선전을 보게 될 것이다. 다만 스포츠의 기본인 육상이 약한 것이 지극히 아쉽다.
끝으로 사족 한 마디만 첨언한다. 제발 메달을 이로 깨무는 흉측한 장면 그만 했으면 좋겠다. 취재진이 재미있게 하자고 또는 실감을 더 내려고 억지로 그렇게 주문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참 후진 모습이다. 뻔히 다 아는 도금한 메달을 초코파이도 아니고 굳이 씹어보는 촌스러움은 이제 그만 연출하는 게 좋겠다.
창밖엔 7년 만에 외출한 매미 소리가 요란하다. 새벽까지 올림픽 중계를 보려면 커튼 치고 낮잠 한 숨 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