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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승 개운중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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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교육과정이 또 바뀔 것이라는 소식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틀이 되는 것이 교육과정이다.
그래서 교육과정을 바꿀 때는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데, 지금 상황은 ‘2007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된 지 1년 만에 ‘2009 개정 교육과정’이 다시 시행되었고 그것이 채 정착되기도 전에 또 교육과정을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을 위해서라면 잘못되었거나 시대의 조류에 맞지 않는 교육과정은 수정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2007 교육과정’ 시행 1년 만에 시행된 ‘2009 교육과정’이 다시 수정된다고 하니 애초에 ‘2009 교육과정’이 너무나 졸속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그 내용을 보면 중등교육에서 ‘2009 교육과정’의 핵심은 학생들의 수업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 학기에 8과목만 개설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중고등학교 1, 2, 3학년에 걸쳐 나누어 배우던 과목을 한 학년에서 집중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소위 집중이수제) 그래서 이 교육과정을 일명 몰입형 교육과정이라 부른다. 이 중에서도 국어, 영어, 수학은 집중과목에서 제외되었고, 이후 체육도 제외된다.
그러다 보니 전 학년에서 골고루 배워야 할 과목을 한 학년에 집중이수하면서 생기는 문제, 같은 학교에서 1, 2, 3학년에 적용되는 교육과정이 모두 달라서 생기는 교사 수급의 문제, 학생 전학 시 이전 학교와 이수과목이 차이가 나서 생기는 문제 등이 나타날 걸로 예상되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2009 교육과정’이 내년이 되면 시행 된지 3년이 지나 완성이 되는 시기인데 또 교육과정을 수정하겠다고 한다. 그 핵심 내용이 음악, 미술, 체육은 8과목 개설 기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존 8과목에 음, 미, 체 3과목을 더하면 최대 11과목을 한 학기에 개설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는 ‘2009 교육과정’ 개정 이전 상황과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바꾸어 개정 교육과정을 시행한지 채 3년도 되지 않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과연 교육부가 학교교육에 대해 어떠한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학교를 인적자원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좀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생산을 해내는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제논리로만 학교교육을 보는 듯한 현 교육부의 태도는 교육현장에서 실제 학교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을 절망하게 한다.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들(왕따, 학교폭력, 교권추락, 무기력한 수업, 학생인권 침해, 각종 비리 및 잘못된 관행 등)의 근본적 원인이 결과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현 교육정책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에서 교육부의 이런 태도와 정책은 그런 의견을 더욱 신빙성 있게 만들어준다.
학교교육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학교가 즐거워야 학생들도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데 대한 동기를 부여받는다.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존중해 주며, 학생 간에도 서로 함께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때 우리가 바라던 교육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며, 눈앞의 이익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해야하는 것이 교육이다.
무더운 여름날 부채를 연신 부쳐대며 “교육은 백년지대계다”라는 문구를 다시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