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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저녁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8/14 10:28 수정 2012.08.14 10:28



여보게

서대문 신학대학 뒤 고풍한 담장 길에


담장보다 오래 묵은 은행나무 밑으로 오게

그 은행나무보다 오래 묵어온 마음같이

저녁비가 내리고 있네

여보게

오려거든 그냥 오지 말고

지금은 없어진 서대문 전찻길을 찾아서 오게

고풍스런 바람 한 자락 의젓이 걸치고

예전에 우리 자주 가던 길을 따라

헌옷 차림 그대로 오게


* 조정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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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이 시는 저녁비가 내리는 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풍경 속에서 과거에 거닐던 길과 그와 관련된 추억들을 떠올리며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화자의 그리움을 드러내는 시로군요.

화자가 말을 건네는 “여보게”는 아마도 젊은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를 부르는 것 같은데요, “서대문 신학대학 뒤 고풍한 담장 길”, “지금은 없어진 서대문 전찻길” 등은 독자의 마음을 추억 속의 공간으로 끌고 갑니다.

양산성당 앞 담쟁이덩굴 가득하던 돌담길, 지금은 없어진 사거리 세화당 약국, 갈래머리로 뛰어다니던 양산천 둑길, 연락이 닿지 않는 어릴 적 친구들. “헌옷 차림 그대로” 내게 올 수 있는 친구는 과연 몇이나 있을까? 가슴 속에 추적추적 “저녁비”가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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