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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 직장을 다니면서 오디오 시스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 용산 전자상가에서 구입한 스피커와 앰프를 컴퓨터에 연결한 것을 시작으로 기기를 하나 사서 듣다가 팔고, 새로운 기기를 다시 접하는 방식으로 오디오 매력에 젖어들었다.
“그동안 저를 스쳐간 스피커나 앰프를 다 합쳐도 50종은 안 될 겁니다. 한 달에도 여러 번 바꾸는 마니아에 비하면 평범한 편이죠”
교과서 수록 클래식 즐겨듣던 초등생
오디오시스템 갖춘 이색 카페 창업
2년이 채 되지 않은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 울산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아버지가 도맡아 하던 주유소일을 도왔다. 주유소일을 하면서도 오디오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아버지를 도우면서 평범하게(?) 처음 생활을 즐기기만 유 씨의 일상은한 지인이 던진 운명적인 한 마디에 180도 달라졌다.
“아는 분이 집에 놀러왔다가 ‘오디오 시스템으로 듣는 것이 정말 좋은데, 가정집이니 매번 찾아올 수는 없고, 이것을 밖에서도 들어봤으면 좋겠네’ 하는 얘기에 고민하다 카페를 창업하게 됐죠”
이렇게 해서 출발한 공간이 물금 신도시 범어택지 내 카페 ‘보테로의 산책’이다.
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진 카페를 연다는 소식에 유 씨가 주로 이용하던 업체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업체측은 신제품이 출시돼도 부산ㆍ경남권 사람들은 접하기 어려운 만큼 유 씨의 카페에서 신제품을 전시.시연하고 싶다고 제안한 것.
이에 유 씨는 카페 내 공간 일부에 손님 누구나 무료로 청음을 경험해볼 수 있는 청심 공간을 만들었다. 소장하고 있던 클래식과 재즈, 팝, 대중가요 등 1천여장의 음반도 준비했다.
“사실 오디오 시스템 때문에 오는 분들은 많지 않고, 오히려 그렇지 않은 분들의 반응이 더 좋아요. 시스템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요, 단골 손님들은 스스로 작동할 정도로 오디오 시스템에 익숙해졌죠”
오디오 시스템으로 듣는 청음문화 알려
이색 프로그램 통해 문화공간 발돋음
유 씨는 오디오 시스템이 대중화되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그림과 음악, 커피가 공존하는 일종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올해 초 오디오 시스템을 시연하는 음감회를 열었는데, 많이 부족했죠. 그래서 음악 해설이나 직접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음악회를 열려고 합니다. 그림 전시도 할 생각이고요. 또 행사 기부금을 받아 희귀병을 앓는 아이들을 돕는 데 쓸 예정입니다”
풀어내지 못한 다양한 아이템이 많이 있는 유 씨. “카페 찾은 이들이 음악이든 커피든 마음껏 즐기다가 만족하다가 가셨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