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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조명들이 택시 안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안 스피커에서는 감미로운 멜로디도 흘러나왔다. 아늑한 분위기 덕택에 야근으로 지쳤던 귀갓길은 잠시나마 편안해졌다.
승객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하는 이 택시는 김승민(53, 중부동, 사진 왼쪽) 씨와 백용득(51, 상북면, 사진 오른쪽) 씨가 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음악을 좋아해 7080 팝송이나 발라드, 트로트 등 CD 20여장을 준비해 놓고 날씨와 손님에 맞춰 튼다. 반응에 따라 볼륨이나 베이스를 조절하는 것도 두 사람의 몫이다. 밤늦게 취기가 오른 승객이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면 흥을 즐길 수 있도록 볼륨을 키운다.
몇몇 승객들이 분위기 탓인지, 개인사 탓인지 울음을 터뜨릴 때에는 각자 방식으로 손님을 챙긴다. “우는데 말을 붙일 수 있나요. 앞만 보고 운전만 하는 수밖에요”라고 말하는 백 씨는 그저 내버려두는 편에 가깝다.
반면 김 씨는 “울고 싶으면 펑펑 우는 게 맞죠”하며 승객에게 ‘쿨(?)’한 위로를 전한다.
은은한 조명 아래 음악이 흐르는 일명 ‘달리는 음악살롱’ 택시는 김 씨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2004년 부일택시에서 첫 운전대를 잡은 김 씨는 상북이나 동면, 어곡, 원동지역 같은 먼 거리 승객과 데면데면한 게 싫었다. 또, 늦은 밤 승객들이 낯설고 어색해하는 분위기도 누그러뜨리고 싶었다. 그래서 내부 방음시설과 조명을 설치하고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김 씨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택시가 유일하지 않나. 이왕 돈을 내고 타는 만큼 승객들이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택시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대성택시로 소속을 옮긴 뒤에는 천상의 파트너 백 씨를 만났다. 김 씨와 4년째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백 씨는 “음악을 좋아해서 함께 시작했다. 밤에 타는 꼬마 손님들이 특히 좋아한다”며 인기를 자랑했다.
‘달리는 음악살롱’의 손님은 하루 평균 70~100명 정도. 승객의 연령대와 직업, 취향이 다양한 만큼 택시를 부르는 말도 천차만별. 카페부터 다방, 나이트클럽, 카바레까지… 특히 마음에 드는 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씨는 “다 좋다. 승객이 기분이 좋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짧은 거리든 긴 거리든 편안하게 쉬었다 가면 그뿐”이라며 웃어보였다.
2년 정도 뒤 새로 배차를 받게 되면 다시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두 사람은 몇 년 뒤 개인택시를 받게 되면 더 화려한 불빛을 내는 ‘달리는 음악살롱’을 꿈꾸고 있다.
김 씨는 “양산은 택시가 750대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한 번 실수한 기사는 손님이 기억한다. 앞으로도 좋은 이미지로 양산에서 즐거움을 주는 택시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