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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달리는 음악살롱 택시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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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음악살롱 택시를 아시나요

노미란 기자 yes_miran@ysnews.co.kr 입력 2012/09/04 14:04 수정 2012.09.04 02:04
은은한 조명 아래 음악 흐르는 이색 택시

부르는 이름도 승객마다 천차만별



직장인 김지혜(28) 씨는 최근 야근을 마치고 택시에 올랐다가 눈이 휘둥그레질 수밖에 없었다.

각양각색의 조명들이 택시 안을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차안 스피커에서는 감미로운 멜로디도 흘러나왔다. 아늑한 분위기 덕택에 야근으로 지쳤던 귀갓길은 잠시나마 편안해졌다.

승객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하는 이 택시는 김승민(53, 중부동, 사진 왼쪽) 씨와 백용득(51, 상북면, 사진 오른쪽) 씨가 몰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음악을 좋아해 7080 팝송이나 발라드, 트로트 등 CD 20여장을 준비해 놓고 날씨와 손님에 맞춰 튼다. 반응에 따라 볼륨이나 베이스를 조절하는 것도 두 사람의 몫이다. 밤늦게 취기가 오른 승객이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면 흥을 즐길 수 있도록 볼륨을 키운다.

몇몇 승객들이 분위기 탓인지, 개인사 탓인지 울음을 터뜨릴 때에는 각자 방식으로 손님을 챙긴다. “우는데 말을 붙일 수 있나요. 앞만 보고 운전만 하는 수밖에요”라고 말하는 백 씨는 그저 내버려두는 편에 가깝다.

반면 김 씨는 “울고 싶으면 펑펑 우는 게 맞죠”하며 승객에게 ‘쿨(?)’한 위로를 전한다.

은은한 조명 아래 음악이 흐르는 일명 ‘달리는 음악살롱’ 택시는 김 씨의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2004년 부일택시에서 첫 운전대를 잡은 김 씨는 상북이나 동면, 어곡, 원동지역 같은 먼 거리 승객과 데면데면한 게 싫었다. 또, 늦은 밤 승객들이 낯설고 어색해하는 분위기도 누그러뜨리고 싶었다. 그래서 내부 방음시설과 조명을 설치하고 음악을 틀기 시작했다.

김 씨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택시가 유일하지 않나. 이왕 돈을 내고 타는 만큼 승객들이 편안하고 즐거워하는 택시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08년 대성택시로 소속을 옮긴 뒤에는 천상의 파트너 백 씨를 만났다. 김 씨와 4년째 교대근무를 하고 있는 백 씨는 “음악을 좋아해서 함께 시작했다. 밤에 타는 꼬마 손님들이 특히 좋아한다”며 인기를 자랑했다.

‘달리는 음악살롱’의 손님은 하루 평균 70~100명 정도. 승객의 연령대와 직업, 취향이 다양한 만큼 택시를 부르는 말도 천차만별. 카페부터 다방, 나이트클럽, 카바레까지… 특히 마음에 드는 별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김 씨는 “다 좋다. 승객이 기분이 좋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짧은 거리든 긴 거리든 편안하게 쉬었다 가면 그뿐”이라며 웃어보였다.
 
2년 정도 뒤 새로 배차를 받게 되면 다시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두 사람은 몇 년 뒤 개인택시를 받게 되면 더 화려한 불빛을 내는 ‘달리는 음악살롱’을 꿈꾸고 있다.

김 씨는 “양산은 택시가 750대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한 번 실수한 기사는 손님이 기억한다. 앞으로도 좋은 이미지로 양산에서 즐거움을 주는 택시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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