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사회

창간기획-‘골프하기 제일 좋은 도시 양산’을 말한다
세수 증대 좇다가 ‘벙커’에 빠진 양산시

엄아현 기자 coffeehof@ysnews.co.kr 입력 2012/09/11 10:53 수정 2012.09.13 03:20
골프장 5곳 운영 중인데 3곳 추가 건설ㆍ추진 중… 경남 1위

경영악화로 인해 일부 ‘도산’ 우려 있어 지방세 체납도 ‘심각’








 “하다하다 이제는 학교 뒷산에까지 골프장을 만드려 하는가”

경남외고 학부모들은 연일 골프장 건설 추진업체와 양산시에 항의 중이다. 학교 터와 맞붙은 어곡동 산 283번지 일원의 자연녹지와 보존녹지를 어곡골프장(가칭)으로 변경하기 위한 도시관리계획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밟아 진행되는 골프장 사업을 무슨 수로 막느냐는 탄식이 터져 나오고 있다. 생태계 파괴 우려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의 보호를 받으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양산지역 골프장 현황과 실태를 살펴본다. 


종합운동장 55+20=양산지역 골프장

2012년 현재 양산지역에 운영 중인 골프장은 5곳(135홀)이다. 모두 회원제 골프장이다. 웅상에 2곳이 있고, 상북면ㆍ하북면ㆍ강서동에 1곳씩이 있다. 골프장 면적은 796만㎡에 달한다.(표 참조)

양산종합운동장 면적이 14만4천㎡(주경기장, 실내체육관, 주차장 등 포함)이니까, 양산종합운동장 55개 면적의 골프장이 양산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셈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양산지역에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골프장이 3곳 더 있다. 2곳은 신설이고 한 곳은 홀 추가를 위한 확장계획 중이다. 그렇게 되면 45홀에 면적이 292만㎡가 더 늘어난다. ‘양산종합운동장 20개’가 추가로 들어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양산지역 내 운영ㆍ건설ㆍ준비 중인 골프장은 모두 8곳이다. 경남도에 골프장 53곳이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이니, 비율로 따지면 경남 골프장의 15%가 양산에 있는 셈이다. 물론 도내 1위다. 골프 인구 감소, 골프장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전망이 나오는 시점에서도 양산은 여전히 골프장을 만들고 있다. 양산을 ‘골프하기 제일 좋은 도시’라고 불러도 될 지경이다.


신불산 일대 골프장 4곳 생태계 파괴 심각

골프장은 ‘녹색사막’으로 불린다. 보기에는 그럴듯한데, 알고 보면 산을 깎고 그 흙으로 계곡을 메우고 그 곳에 살던 동식물을 초토화하거나 내쫒은 뒤 인공적으로 웅덩이를 만들고 잔디를 깐다. 잔디도 농약으로 키우니 골프장 주변은 농약 범벅이 되기 마련이다. 그러니 지하수로 농사짓고 밥 해먹는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다.

현재 2곳의 골프장이 운영 중이고 2곳의 골프장 건설이 추진 중인 신불산 일대는 2004년 환경부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자연생태계의 보고다.
 
사업구역이 신불산 고산습지에 직접 해당되지 않는다 해도 고산습지에 서식하고 있는 삵, 노란목도리담비 등 동물의 이동경로가 막혀 습지생태에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고산습지 외에도 산을 깎아 만들어야 하는 골프장 사업의 특성상 신불산 일대 산림훼손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또 친환경적인 농약을 사용한다는 사업주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인근 양산천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불씨는 여전하다.

드넓은 골프장 잔디 관리를 위해 퍼다 나르는 물의 양도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지하수 고갈과 식수원 오염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한결 같은 생각이다.

2곳 골프장 경영악화로 지방세 69억원 체납


산림훼손, 생태계 파괴, 주민 생존권 위협 등의 무시무시한 경고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왜 골프장이 계속 만들어지는 것일까? 지자체들은 세수 증가와 고용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꼽는다.

2010년 9월 경남발전연구원은 “골프 수요층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는 상황에서 경남지역 내 골프장의 과잉공급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며 “일부 골프장의 도산이 예상되기 때문에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8년 국회 예산정책처는 골프장이 지역 세수나 경제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경영이 악화돼 양산지역 골프장 5곳 가운데 이미 2곳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한 곳은 회원들이 직접 관리에 나섰고, 다른 한 곳은 주거래 은행이 법정관리를 맡게 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불똥은 양산시로 튀었다. 취득세, 재산세, 개발분담금 등 지방세 체납이 69여억원에 달한다. 골프장 운영으로 지방세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달콤한 꿈이 깨지는 순간이다. 언제까지나 법정관리를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고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고 만약 파산이라도 된다면, 지방세 수십억원을 고스란히 떼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남발전연구원은 지역 골프장 과잉공급에 따른 개선책으로 “퍼블릭 골프장을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국민에게 개방하고 대중스포츠시설이나 생활체육시설로 전환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지역 내 골프장 승인 시 일률적으로 허가해 주기보다는 지역특성에 맞춰 충분한 수요 및 경쟁력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산지역을 향해 너도나도 ‘티샷’을 날리다 벙커나 러프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다. 수많은 골프장의 이정표가 양산의 미래를 밝혀주지는 않는다.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는 신중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 골프장 설립이 가시화될 때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골프장 설립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2006년 양산CC(당초 그레비스CC) 설립을 반대하는 상북지역 주민들이 구 시외버스터미널 일대에서 가두시위를 펼쳤다.(사진 위) 최근에는 경남외고 뒷산에 어곡 골프장 설립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사진 아래)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