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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근혜와 안철수
오피니언

박근혜와 안철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09/18 10:43 수정 2012.09.27 05:11





 
↑↑ 조광수
평화반핵군축 시민연대 상임위원장
전 영산대 교수
 
지금 우리 앞에 두 사람이 있다. 인기와 내공 그리고 영향력에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든 기막힌 인물들이다. 하나는 ‘박근혜 대세론’으로 다른 하나는 ‘안철수 현상’으로 표현되는 이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아마 12월의 대선에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선 금년 2월부터 일일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두 사람의 지지도는 9월 중순 현재 45%를 전후하여 백중세다.

박근혜는 지지의 확장성은 약하지만 충성도는 높고, 안철수는 지지의 결집도는 약하지만 확장성이 강하다. 그동안 이런저런 변수들에 의해 엎치락뒤치락 하며 지지율의 부침이 있어왔지만 아직 둘 다 견고한 지지도를 견지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금년 대선은 후보 구도가 어떻게 만들어지건 눈터지는 반집 승부의 계가 같은 치열한 다툼이다. 선거를 겨우 95일 남겨두고서야 제 1야당의 후보를 결정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한국 대중민주주의의 역동성과 불안정성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최종 구도가 만일 박근혜 대 문재인의 대결로 귀결된다면 좀 싱거울 수 있다.

두 후보가 무어라 시대정신을 말하고 무어라 미래의 그림을 그린다 해도 어쩔 수 없이 박정희 신화 대 노무현 전설 간의 건곤일척 승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엄연히 산 자의 공간인데 떠난 자와 남은 자 중 오히려 떠난 자가 남은 자를 호령하는 회고적 선택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산업화 신화와 민주화 전설 간에 마지막 승부를 결하는 것도 나름의 뜻은 있다.

그러나 이미 민주화 이후를 살고 있는 이 대목에서 굳이 회고적 정리정돈을 또 하는 게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라면 그건 답답하고 우울한 일이다.

바로 여기에 안철수의 의미가 있다. 그의 등장은 자칫 회고적 승부가 될 듯했던 구도의 틀 자체를 바꾸어 버렸다. 박정희 신화와 노무현 전설을 뛰어 넘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해 준 것이다.

야당 후보를 포함한 박근혜까지의 한 쪽은 낡은 구체제이고 안철수 쪽은 새로운 미래 체제라는 아주 유니크한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와 안철수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고 아니고도 물론 엄중한 문제이겠지만 그보다 구체제와 신체제 사이의 승부 구도가 만들어졌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재미가 있다.

이번 대선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정당의 기반을 가진 박근혜와 인물 대망론의 안철수, 세력과 신뢰에 바탕을 둔 박근혜와 호감과 참신함에 바탕을 둔 안철수 그리고 노련한 권력의지의 박근혜와 신선한 소명의식의 안철수라는 구도가 어떤 의전(義戰)을 보여주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껏 선거는 의례히 ‘선수들끼리 국민을 적당히 속이는 게임’이었었는데 이번엔 과연 다를지 아니면 혹시나가 역시나일지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 볼 따름이다.

따라서 지금은 후보 단일화를 비롯한 선거 공학적 예측보다는 세력의 주인공과 바람의 주인공인 이 두 사람이 어떤 내공과 심산(心算)을 보여줄 지가 궁금하다.

이 대목에서 딱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싶다. 우리가 누구를 지지하건 간에 우선은 따듯한 시각에서 출발했으면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사람을 너무 쉽게 말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정치적 성향이나 정서적 선입견 또는 이미지 탓에 한두 마디로 사람을 정리해버리고 마는 가벼움이 있다.

역사적 인물이든 현존하는 풍류 인물이든 간에 사람을 말할 때는 과 보다는 공을 먼저 그리고 비난 보다는 상찬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너무 쉽게 너무 서둘러 결론을 내리면 배우는 게 없어진다. 촌철살인적인 품인(品人)도 쾌감이 있겠지만 사람에 대한 품평은 겸손하고 신중할수록 보람이 있다.

사실 우리 시대에 좌우를 막론하고 얼치기 지식인들이 참 많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비아냥과 비판을 구분하지 못하고 너불거리기만 하거나 각박하고 비루하게 남의 트집만 잡는 하수들이 있다. 보수라는 이름으로 그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기만 하는 무지몽매한 인사들도 있다.

진영의 논리나 캠프의 입장을 앞세워 무조건적으로 충성하고 아부하는 모습도 딱하긴 마찬가지다. 진영 논리에 갇혀 비판과 적개심을 혼동하기도 한다. 지식 사회가 이렇게 허접하고 천박해서는 안 되는데, 참 판이 후지다. 특히 사람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에 대한 기본적 예의도 없이 ‘함부로 쏜 화살처럼’ 거칠고 너절해선 더욱 안 된다.

5년 만에 강호가 다시 요란하다. 음습하고 난폭한 정계라는 강호에 절정의 무공과 인기를 누리는 고수들이 모였다. 강호는 만만한 공간이 아니다.

누구나 가슴에 칼 한 자루씩은 다 품고 있지만 결코 쉬이 내보여서는 안 되는 무서운 곳이다. 박근혜와 안철수, 그런 공간에서 여론의 지지를 양분하고 있는 두 사람이다. 마치 이들을 우습게 보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것이 자랑인 듯 허풍떠는 모습을 보면 비감스럽다. 그리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두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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