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 ||
ⓒ |
“나는 지금 느슨해진 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계속 줄을 팽팽하게 매어놓으면 활은 부러지고 맙니다. 그래서 다음 연주를 위해서는 활을 늦추어 놓을 필요가 있지요. 더 나은 다음 연주를 위해서 말입니다”
현대인들은 팽팽한 활처럼 긴장된 삶을 살면서 느슨하고 느리게 사는 여유를 잊어가고 있다. 쉼표 없는 연주로 삶을 숨 가쁘게 살면서 삶의 조율을 무시하며 살아가고 있다. 운동경기에서도 전반전이 끝난 다음에 하프타임을 두어 후반전에 대비하게 한다.
위지왕숙전(魏志王肅傳) 중에 중국의 제백석이 물고기 세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그리 멋있지도 않은데 왜 그리 유명하냐고 묻자 삼여(三餘)의 뜻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이 동우에게 배움을 청했더니 책을 백 권만 읽으면 뜻이 저절로 통한다고 하자, 그 사람이 매일 쪼들리고 바쁘지 않은 날이 없어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니 동우가 말하기를 “학문을 하는데 세 가지 여가(三餘)만 있으면 충분하다. 밤은 하루의 나머지 시간이고, 겨울은 일 년의 나머지이며, 흐리거나 비 오는 날은 맑게 갠 날의 나머지이다”라고 했다.
물론 농경 사회를 배경으로 말한 여유이지만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쉼과 여유이다.
또한 사람은 평생을 살면서 세 가지 여유로움이 있어야 한다고 하여 이 또한 3여(三餘)라고 한다. 하루는 저녁이 여유로워야 하고, 일 년은 겨울이 여유로워야 하며, 일생은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부모시절 농부의 삶을 예로 들면 고된 하루 농사일을 끝내고 저녁 호롱불 아래서 식구들과 도란도란 저녁상을 받는 넉넉함이 첫 번째 여유로움이다.
또한 봄부터 부지런히 밭을 갈고 씨앗을 뿌려 풍성한 가을걷이로 곳간을 채운 뒤 눈 내리는 긴 겨울을 보내는 충만함이 두 번째 여유로움이다.
마지막으로 아들딸 잘 키워 결혼을 시키고 경제적으로 넉넉한 여유로움 속에서 부부가 함께 손자 손녀 재롱을 보며 지내는 노년의 다복함이 세 번째 여유로움이라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길 원하고 행복의 기준은 다 다를 수 있어도 여유로운 마음이 행복의 지름길이라는 것은 모두 안다. 여유를 모르는 사람은 배려하는 마음이 그만큼 적다고 한다.
하루 한번쯤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는 여유, 어린아이와 뒹굴며 놀 수 있는 여유 등 그 안에 오늘, 그리고 내일의 행복이 감추어져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