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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산바가 전국을 강타한 지난 17일 원동면 용당리 신곡마을 일대가 물에 잠겼다. 주민들은 배수펌프시설 설치를 서두르지 않아 지난해와 같은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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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태풍 산바로 원동지역에 모두 97mm의 비가 내리면서 용당리 일대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신곡마을은 비닐하우스를 포함해 1만6천500㎡ 규모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고, 일부 창고와 집 앞마당까지 물이 차오르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100mm도 채 되지 않은 강수량으로 마을 대부분이 물에 잠길 수 있을까. 원인은 수해방지를 위해 쌓아놓은 제방이 오히려 마을 내 빗물을 가둬 놓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피해가 지난해도 그대로 발생했었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당곡천 범람으로 인한 인근 저지대 마을의 침수를 막기 위해 사업비 69억원을 들여 당곡천 2천153m 구간에 제방을 쌓았다. 하지만 당곡천에서 마을로 범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한 제방이 반대로 천태산에서 마을로 흘러 내려오는 빗물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아 침수피해를 불러왔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신곡마을 배인제 씨는 “지난해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상당수 농가가 농사를 짓지 않았지만, 올해는 비닐하우스 딸기 모종 증식을 끝낸 상황에서 침수를 입은 터라 그 피해가 막심하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때문에 주민들은 경남도에 마을 내 배수펌프시설을 마련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다. 이에 경남도는 이 지역을 재해위험지역으로 규정하고 배수펌프시설 설치 예산 15억원 가운데 지난해 6억원을 우선 편성해 실시설계와 보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공사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결국 지금까지 시설 설치가 안돼 똑같은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김효진 의원(무소속, 물금ㆍ원동ㆍ강서)은 “뻔히 똑같은 침수피해가 발생할 것이 예상되는데도 배수펌프시설 설치사업을 더디게 진행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라며 “이는 자연재해가 아닌 ‘예고된 인재’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남도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경남 전역에 이같은 재해위험지역이 198곳으로 위험정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사업을 시행한 것이지, 사업을 더디게 진행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현재 실시설계가 소방방재청 심의 중으로, 올해 실시설계와 보상이 마무리되고 내년 상반기에 공사에 착공하면 내년 우기 전에는 배수펌프시설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