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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자기주도적인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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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도적인 학습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10/09 10:55 수정 2012.10.19 03:00




 
↑↑ 한순희
영산대 교통공학과 교수
 
몇 년 전 우리나라 초ㆍ중ㆍ등 교육계에서 유행한 단어가 있다. 자기주도학습, 스스로학습이 그것이다. 물론 아주 오래전부터 데일카네기의 자기관리, 인간관계와 같은 자기계발서도 관심을 가져왔지만 자녀의 교육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에선 그것 이상으로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원 광고전단지에는 의무기재사항처럼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는 걸 볼 수 있었다. 학원에서 자기주도학습 단어를 쓰는 건 참 아이러니하다.

필자는 2~3년 전 울산 모지역의 초ㆍ중ㆍ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의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코칭기술을 약 10주에 걸쳐 강의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의 수강자는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고 열성적이었다. 지각도 결석도 거의 없었고 준비물도 철저히 챙겨 왔다.

장기간의 강의여서 자기주도학습의 이론, 실천방법, 코칭방법 등을 비교적 다양하고 깊이 있게 강의할 수 있었는데 강의가 종반에 달하면서 한 가지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겼다. ‘실제 자녀에게 자기주도학습 코칭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시간이 있을까?’였다.

그런 의문이 든 건 이러해서였다. 참가한 모든 학부모는 자기주도적 삶을 살고 계신 열정적인 분들이었지만 자기주도학습의 기초가 되는 인지능력, 행동조절, 동기유발, 긍정적 사고 훈련 등의 다양한 실천방법을 자녀입장에서 우선 실습해보는데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소요되어서인지 힘들어 하셨다. 사실 관련 자료양이 방대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습지만 해도 수십 장이 넘었으니 말이다.

이 중 자녀의 취향에 맞는 실습지를 선별해 부모가 가정에게 자기주도학습 코칭을 한다해도 분명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이다.

학부모의 일상은 오전에 학교 보내고, 하교하면 간식 챙기고, 날마다 다른 과목 학원을 시간에 맞춰 보내고, 저녁 먹이고, 숙제 돌보아주고, 준비물 챙겨주고, 다음날 입힐 옷가지, 간식거리 준비하면 자녀가 하나라도 시간이 모자란 건 사실이다. 자녀도 마찬가지이다. 학부모도 자녀도 심신이 지친상태에서 자기주도학습 코칭을 시간내어 한다는 건 모두에게 버거운 일일 것이다.

그래서 자녀가 자기주도적 학습자가 되기를 바라는 건 영원히 현실화되지 않는 바람 같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자녀에게 자기주도학습, 더 나아가 자기주도적인 삶을 살기 원하는 이유는 분명이 있다. 자기주도라는 것은 우리가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데 무엇보다 가장 기본이 되는 삶의 제1지침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스스로 동기화하고 자신의 행동을 점검하고 자신의 행동을 선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끊임없이 변화해 나가는 것은 우리의 삶 전체이기 때문이다.

영국미래재단 21세기 보고서에 의하면 2000년도에 출생한 아이들은 평균수명이 130세이고, 21세기 인류는 150세 이상은 살 것이므로 평생학습 시대가 도래했다는 학자들의 의견들 또한 이전 세대보다 우리 자녀들이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야한다는 이유를 뒷받침한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내 자녀가 그러하길 바라는데 현실화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삶을 살아가게 할까? 정말 풀기 쉽지 않는 문제이고 이 물음에 명쾌히 답할 현자가 있다면 그의 평생 제자가 되고 싶은 심정이다.

다시 자기주도학습으로 넘어가면 먼저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확실한 정의가 필요하다. 흔히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오해 중 하나가 스스로 등교준비하고 시키지 않아도 예ㆍ복습하는 그런 엄친아를 생각한다. 물론 일부는 맞지만 자기주도학습이라 하면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여 실천하며 결과를 성찰하는 전 과정를 스스로 혹은 약간의 외부의 도움을 받으며 진행하는 학습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학습자는 기본적으로 인지조절, 동기조절, 행동조절, 심신관리 등과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한다. 정말 쉽지 않는 학습이다. 이에 비하면 주입식 교육이 성공확률도 높고 쉬울 수도 있다.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들고 지속적으로 진행하려면 학부모의 끊임없는 관심과 참을성을 요구한다.

자기주도 학습을 위해선 장기간의 계획과 반복적인 실천이 필요하고 학부모는 이를 꾸준히 지도하는 코칭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단기간에 성적을 올려주는 학원을 찾는 것보다 자녀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대화, 감성코칭 등에 관심을 가지시길 권유한다. 그리고 검증된 자기주도학습에 관한 자료와 실천방법 등을 꾸준히 검색하고 자녀와 함께 실천해보시길 권유한다.

우리의 자녀들은 무한한 에너지 덩어리이다. 자기주도적인 학습은 마라톤 같아서 학부모가 지치지 않고 반복되는 실패에도 조급해하지 않는다면 분명 가능한 학습이다. 우리 자녀에게 물려주는 가장 큰 유산이며 그 과정을 인내하며 함께한 부모는 자녀의 최고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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