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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영 (평산동 한일유엔아이아파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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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바람 지나간다.
아버지 아버지
세상에서 가장 커보이던 그때부터
내 조잘거림을 라디오삼아 일을 하시고,
만들기 숙제를 함께 해주시고,
내 일기장을 훔쳐보고,
걸려오는 전화를 감시하고
늦은 밤 귀가하는 바쁜 나를
매일 마중 나와 기다리시던,
내 결혼식에서 그렇게 우시던,
내 아이를 나처럼 함께 키워주시던
좋은 우리 아버지는
가난하다.
한 순간도 아버지였던 적 없는
나를 닮은 아버지
따뜻한 물이 철철 나오는
당신 이름으로 된 집 하나가
소원인 아버지
아직도 소원하신다.
“아빠만 드세요”
과자 한 봉지에 슬며시 웃고,
서운한 말 한마디에 불같이 화를 내고,
사람만 보면 말이 많아지고,
지금 훠이훠이 여행을 떠나고 싶으시다는데…….
아버지처럼 살고 싶은
아버지처럼 살기 싫은
아버지처럼 살고 싶은
아버지처럼 살기 싫은
나와 내가
아침을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