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지난 15일 ‘2012년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를 선정ㆍ발표했는데, 양산지역 학생 2명이 명단에 올랐다.
체조선수 양학선과 피아노 없이 유망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룬 여고생, 인도네시아에서 ‘공부한류’를 일으킨 대학생 등과 함께 보광고 김수빈 학생과 양산대 박인수 학생이 대한민국 인재상에 이름을 올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광을 얻었다.
대한민국 인재상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시상하던 ‘21세기를 이끌 우수 인재상’을 확대 개편한 것으로, 2008년에는 피겨퀸 김연아 선수가, 2010년에는 U-17여자축구 월드컵 우승주역인 여민지ㆍ지소연 선수 등이 받았다. 선발대상은 전인적 소양과 성장잠재력을 지닌 창의적인 인재이며, 재능ㆍ능력(창의성, 리더십, 고난극복 등), 활동ㆍ성과(수상실적, 성적 등), 성장 가능성(사회 기여도, 발전 가능성 등) 등을 기준으로 심사해, 고교생 60명과 대학생 40명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12월에 열리며 대통령 명의의 상장과 장학금 300만원이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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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이로 세계를 접수했어요”ⓒ
양산대학교 호텔관광과2 박인수
세계를 무대로 ‘비보이 한류’를 이끈 세계적 댄서
각종 대회 우승… 심사위원, 공연, 영화촬영까지
‘비보이 한류’, ‘무서운 신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던 댄스신동 박인수 학생이 또 큰일을 냈다. 비보이를 통해 세계에 한국문화를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하게 된 것.
“과거 뒷골목 아이들의 놀이로 마치 하위문화인냥 금기시되던 비보이가 광장의 문화가 되더니 이제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문화코드로 급부상했어요. 비보이 댄서인 제가 대한민국 인재상까지 받게 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죠”
춤, 나를 꿈꾸게 하다
인수 씨가 비보이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이었다. 우연히 ‘허니’라는 영화를 보게 된 후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비보이가 인수씨 삶의 전부가 된 것이다.
“프로안무가인 주인공이 불우한 환경에서 꿈을 잃고 사는 학생들에게 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내용의 영화였어요. 저 역시 청각장애를 가진 부모님이 호떡 장사로 우리 형제를 키워주셨기에 평범한 아이들처럼 생활하지는 못했어요. 영화에서처럼 춤으로 꿈과 희망을 얻고 싶었어요”
특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한 비보이의 나이키 동작에 매료된 인수씨는 비보이 댄스에 푹 빠져들게 됐다. 막연히 꿈을 키우다 재미삼아 촬영한 댄스동영상이 유투브에 퍼지면서 비보이들 사이에서는 무서운 신예로 급부상하게 됐다. 그 기대에 부응하듯 인수씨는 7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5시간씩 안무를 연구하고 연습했다고.
나의 무대는 세계
인수 씨의 무대는 세계다. 올해 프랑스 칸에서 열린 ‘브레이크 더 플로어 파워무브 배틀’에서 우승을, VTN 배틀 세계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중국, 대만 등 세계 각국에서 펼쳐진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인수 씨의 활동은 대회뿐만이 아니다. 현재 세계최고 대한민국 비보이팀 캠블러크루와 카이크루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인수 씨에게 심사위원과 공연, 영화촬영 등 다양한 활동제의가 쇄도하고 있다.
우선 국내에 비보이 열풍을 몰고 왔던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공연멤버로 참여해 2009년 말레이시아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했다.
올해 브라질에서 열린 프리스타일세센 심사위원으로 초청되는 영예를 누렸다. 이 대회는 비보이대회로는 세계 5대 대회 중 하나로 명실공히 세계적인 비보이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또 2013년에 개봉되는 ‘배틀 오브 더 이어: 더 드림팀’이라는 할리우드 영화에 한국비보이팀의 일원으로 촬영에 참여하게 됐다.
목표는 후배양성, 영화제작
인수 씨의 꿈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비보이하면 ‘박인수’라는 이름이 떠오를 때까지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인수표 파워풀 댄스동작을 통해 후배 양성에도 힘쓸 예정이다. 그래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도 만들고 싶다고.
“땅을 딛고 격렬하게 몸을 부딪치며 춤을 추면 내 자신을 잊고 짜릿한 희열에 빠져들어요. 단지 춤이 좋아서 희열과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시작한 비보이였지만, 이제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에 제 모든 열정을 쏟아 부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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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극복할 수 있어요”ⓒ
보광고등학교 2학년 김수빈
집단 따돌림으로 자퇴에 자살까지 생각해
청소년활동으로 극복, 이제는 ‘희망전도사’
한때 자퇴에 자살까지 생각하게 만들었던 학교폭력의 상처를 극복하고, 또래 친구들의 희망전도사가 된 10대 소녀가 2012년 대한민국 인재상 대통령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주인공은 보광고등학교 2학년 김수빈 학생.
외로운 시간, 그리고 자살기도
고교 1학년이었던 지난해, 수빈이는 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또래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했다. 말을 걸어오는 친구도, 밥을 같이 먹을 친구도 하나없이 전교생으로부터 그냥 그렇게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여고생에게 너무나도 큰 고통이었다. 4개월여 동안 집단 따돌림을 당하면서 몸무게는 8kg이나 줄었다.
견디다 못한 수빈이는 자퇴를 결심하고 유학을 준비하게 됐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생각해서도 안 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저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나 자신이었던 것 같아요. 못난 아이들만 겪는다고 생각했던 왕따를 내가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존심 강한 성격에 견딜 수 없었던거죠.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려 하지 않았고 혼자 해결하려다 보니 벼랑 끝까지 가게 된 것 같아요”
절벽 위에 서 있던 수빈이의 손을 잡아 준 건 학교 선생님들이었다. 함께 울며 고민 상담을 해주고, 등교 여부와 학교생활을 일일이 체크해 주었다.
청소년 활동, 희망의 돌파구
하지만 수빈이를 진짜 변하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청소년 대외활동이었다.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고 성격도 변한 터라 학교를 벗어난 새로운 대외활동은 수빈이에게는 희망의 돌파구였다.
“처음 학교선배 추천으로 국제청소년 협력기구 모의 유엔활동을 시작했어요.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을 만나 토론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죠.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동안 제가 만든 울타리 속에 갇혀 스스로를 괴롭히며 생활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도한 피해의식에서 벗어난 수빈이는 점차 표정도 밝아지고 태도 역시 적극적으로 변했다. 서서히 말을 걸어오는 친구들이 생기는가 하면, 친구들의 지지로 학생회 간부까지 맡게 됐다.
이후 수빈이는 청소년활동에 푹 빠져 살았다. 대한민국청소년박람회 청소년기획단원, KOICA 한국국제협력단 명예단원, 청소년정치리더십 캠프 스태프, 양산시청소년운영위원회 부위원장, 한국관광공사 스마트한국관광 홍보대사, 대한민국청소년의회 토론토의대회 전국 5위, 법무부 범죄예방위원 청소년법질서 말하기 대회 2위. 지난 1년여 동안 수빈이가 참여한 활동이력이다.
“저처럼 학교폭력을 당해도 자존심이나 보복 때문에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주위에 빨리 알려 해결방법을 찾아야 돼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주니까요”
나의 꿈은 감성 외교관
수빈이의 꿈은 외교관이다. 지구촌에서 외로움과 고통 속에 홀로 울부짓는 아이들을 위해 따뜻한 외교를 펼치는 그런 외교관이 되는 것이 최종 꿈이다.
“학교폭력, 자살기도…. 그 엄청난 역경을 경험했고 당당하게 극복해냈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것에 도전할 자신이 있어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성 외교관이 되는 모습을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