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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희 양산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지원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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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공부를 잘한다고 인정받는 것도, 예쁘다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뭔가 조금만 엇나가도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분위기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친구들과 친해지지 않아도 불안하고, 또래에 대한 욕구가 커서 내 친구가 다른 친구랑 더 친한 것에 질투하며 갈등을 일으킨다.
남자아이들은 조금 다른 특징이 있는데 학교성적, 덩치, 힘과 같은 부분에서 미묘한 역학 관계가 형성되어 ‘일진’이 있는 학교의 경우 힘을 쓰는 아이와 힘없는 아이로 구분된다. 이 모든 것을 또래 스트레스라고 한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혼자 밥 먹는 것이다. 무리에 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당연히 갖춰야 할 ‘능력’이 결여된 것으로 평가되기에 ‘생명’과도 같은 가치를 지닌다. 예를 들어 ‘빵셔틀(약한 아이가 힘센 아이들에게 빵ㆍ담배 등을 사다 바치는 행위)’을 당하는 아이가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면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는 강한 아이가 ‘야 빵 좀 사와라’ 했을 때 반항하지 않고 복종함으로써 외부세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게 된다. 요즘은 더욱 지능화 되어 ‘얘들이 내 친구인가, 괴롭히는 아이들인가’ 헷갈릴 정도로 은밀하고 교묘한 경우가 많다. 처음엔 부탁인 것처럼 “나 바빠서 그러는데 빨리 빵 하나만 사다줄래?”라고 하면서 횟수가 늘어나며 빵셔틀이 되는 것이다.
물론 또래집단의 영향을 받는 아이들 사이에도 강도의 차이는 있어서, 굳이 또래집단에 속하지 않아도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기 생활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자주 전화하던 친구에게 전화나 ‘카톡’이 오지 않으면 ‘나는 필요 없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학생들에게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여자 중ㆍ고생은 그룹으로 다닌다. 자기가 속하게 될 그룹의 인원수를 세기도 하는데 ‘애들 수가 7명이나 9명으로 홀수가 되면 짝이 맞지 않아 결국 자기만 혼자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격인 아이가 중심이 돼 잘 지내는 그룹도 있지만 리더가 주도해 ‘왕따’를 만들거나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여자아이들은 폭력으로 괴롭히는 게 아니라 ‘관계’로 괴롭힌다. ‘병 주고 약주고’ 식이다. 평소에는 아무 일 없이 같이 노는 것처럼 하다가 중요한 상황에서 한 명만 쏙 빼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왕따를 당한 그 아이는 혼자 괴로워하면서 고민을 하지만 주변의 누구도 따돌림의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고, 아이는 계속 괴롭게 된다. 어른들은 ‘다른 친구들, 다른 즐거운 수단을 찾아봐라. 혼자서도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라’고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기존에 같이 밥 먹고, 수다 떨던 친구들을 떠나 혼자 밥을 먹게 되는 건 큰일이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은 놀이 속에서 건강한 인간관계를 배워갈 기회가 없다. 문자 메시지나 카톡, 메신저 등으로 종일 소통을 하는 것 같지만 기계와 노는 것이지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기계가 사라지는 순간 아이들은 무엇을 하고 놀지도 몰라서 당황한다. 안타깝게도 또래 관계 속에서 뒷담화를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그 중 누구 하나를 찍어서 골려 먹는 것이 가장 짜릿하고 재미있다고 느낀다.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또래와의 인간관계 훈련을 통해 친구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솔리언또래상담 프로그램’을 올해는 전국의 중학교에, 그리고 내년에는 전 고등학교까지 확대 실시가 될 예정이다. 프로그램 하나로 얼마만큼 개선이 되겠냐는 시각도 있겠지만 이것을 시작으로 해서 또래문화에 변화를 줄 수 있다면 이 보다 적극적인 방법이 또 있을까 싶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뿌리 깊은 부정적인 또래문화의 횡포는 계속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