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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인 윤두식(38) 씨의 재능이 세상에 알려진 건 불과 3년여 전이다. 평소 취미로 그림 그리기를 즐겨했다. 원을 기본으로 하는 그만의 작품색도 뚜렷했다.
이런 윤 씨를 직원들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그저 어떤 수준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무궁애학원을 방문한 어느 대학교 교수에게 내밀었다. 의외의 평가가 나왔다. ‘크레파스로 이 정도의 색감을 내는 것은 천재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진경 팀장은 “‘장애인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꽤 잘 그리네’가 아닌, 일반인과 견줘도 뒤떨어지지 않는 실력이라는 평가를 받아 모두 놀랐다”며 “오히려 그 재능을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실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직원들이 윤 씨를 대신해 작품에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대회에도 출품했다. 첫 대회인 2009년 제4회 지적장애인 미술작품 전시회에서는 ‘입선’에 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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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여름(왼쪽) 안식(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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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애학원도 윤 씨의 활동을 다각도로 지원할 수 있도록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크레파스와 ‘원’으로 정형화된 윤 씨의 작품 활동에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해 시설 내가 아닌 야외로 나가는가 하면, 미술학원에서 다양한 과제를 소화하면서 스스로의 한계를 깰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일방적인 물품 지급이 아닌 스스로 필요한 물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함께 문구점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작품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크레파스에서 벗어나 물감이나 매직, 색연필 등 도구를 접목하고 있다. ‘원’ 외에도 사각형 등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윤 씨가 그림 그리기에만 전념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사람들에게 틈틈이 보여주기 바쁘다. 사회복지사에게 시설 내 게시판에 그림을 붙여달라고 요청한 적도 많다. 수상작품이 전시돼 있는 전시장에서는 자신의 작품으로 지인들을 데려가 자랑하기도 한다.
이진경 팀장은 “거창한 전시실은 아니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지역의 카페 같은 작은 공간에서 ‘윤두식’이라는 이름을 건 개인전을 한 번 열어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