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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예진 양산여자중학교 2학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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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아문 것들 섧게 흐드러졌고
오랜 날 흘러 흘러 다시,
울음 맺힌 가을이었다
죽은 언니의 무덤 곁,
채 맺지 못한 봉오리 애처롭다.
사십구재 무렵 봉분 언저리엔
뭣도 피어나지 않았고 의식 아뜩했다
가을 무렵, 형언 못할 고통 아려
제 생(生) 끊어 냈더라던 언니.
이젠 넋마저 이토록 고즈넉하다
스스로 저버린 생, 죗값 달 것이라고
누군가 말했고 나 다만 그 세상에도
인정 있길 하릴없이 빌었다
부질없는 바람 한 줌 풀포기로 피었을는지
뽑아내던 아린 손 끝 너머
저물녘 그림자 짙다
그리움에 베갯잇 젖어들던 지난밤들
한량없는 목숨 값으로 드리웠나
생전 아끼던 것들 내려놓고
홀로 돌아오던 길,
다시, 눈시울 아래로 그림자 짙게 드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