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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자선을 실천하는 와인경매..
오피니언

[화요살롱] 자선을 실천하는 와인경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11/20 13:26 수정 2012.11.26 04:19




 
 
매년 11월 셋째 일요일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의 오스피스 드 본(Hospices de Beaune:본 시립병원)에서는 부르고뉴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자선 와인경매가 개최된다.

이 와인경매는 수익금의 일부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보여주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축제이다. 이 기간에 세계 각국에서 와인경매에 참여하거나 와인경매를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들이 부르고뉴 본으로 몰려온다.

15세기 백년전쟁 후 부르고뉴지방에 극빈자가 많이 생겨났다. 이 시기에 부르고뉴 공국의 수상이었던 니콜라 롤랑(Nicolas Rolin)과 그의 부인 기곤 드 살린(Guigone de Salins)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병을 치료해 주기 위해 전 재산을 들여 오스피스 드 본을 설립하고 운영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환자와 시설확충으로 재원이 바닥나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때 지역 독지가들이 포도밭을 기증하기 시작했고 오스피스 드 본에서는 기증받은 포도밭에서 나온 와인을 일반인에게 판매하기 위한 방법으로 1859년부터 와인경매를 시작했다.

1983년 오스피스 드 본은 병원 문을 닫고 지금 현재는 박물관이 되어 부르고뉴 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매년 11월이 되면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경매에 참가하고 있다. 경매는 두 개의 촛불이 연속적으로 타는 동안만 응찰할 수 있고 경매 전 등록한 일반인들도 참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화로도 경매 참석이 가능하다.

또 이 기간에는 경매뿐만 아니라 부르고뉴의 맛있는 와인들을 마음껏 시음할 수 있는 와인시음회와 각종 행사들도 풍성히 준비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오감을 만족시켜준다. 

와인경매는 1766년 런던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시장에서부터 시작 되었다. 요즘도 크리스티, 소더비(Sotheby’    s), 나파옥션 등과 같은 세계 굴지의 경매회사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아트옥션, 서울옥션 등에서도 와인경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와인경매는 보통 한 병보다는 오크통이나 한 박스(12병) 단위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티나 소더비에서 이루어지는 와인경매에서 주로 나오는 와인들은 프랑스 보르도 5대 명품 와인, 부르고뉴 DRC(도멘 로마네 꽁띠)사의 와인, 이태리의 슈퍼토스카나, 미국의 뷰티크 와인 등 구하기 힘든 희귀 와인들이 많이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월 신동 와인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2007년 산 ‘로마네 꽁띠’를 경매했는데 1천300만원에 낙찰되어 와인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대개 우리는 와인경매에는 희귀와인이나 비싼 와인만 나온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람들이 와인경매에 많이 참여하는 이유는 와인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매는 40% 이상 저렴한 값으로 경매를 시작하기 때문에 고급와인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경매에 나오는 와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희귀하고 고가인 ‘로마네 꽁띠’ 같은 고가의 와인들도 출품되지만 5만원 미만의 저렴한 와인들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와인경매란 색다른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한 번 쯤 참여해 팻말을 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와인은 포도품종, 양조방법, 보관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오래 보관 가능하고 장기간 숙성시켰을 때 최고의 맛을 선사하는 좋은 와인들이 있다. 와인 한 병의 수명이 40~50년을 능히 가도 여전히 맛있는 와인들도 많다.

그러나 간혹 경매에 출품되는 200~300년 된 빈티지(수확년도) 와인들의 맛이 최고라고 말하기는 좀 곤란한 점이 있다. 와인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산화가 많이 진행되어 맛있는 와인이라기보다는 거의 식초 맛에 가깝다고 한다. 이런 와인들은 마시기 위해서 보다는 희귀성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우리들은 좀처럼 마시기 힘든 이런 와인들을 크리스티나 소더비의 와인경매사들은 엄청 마신다. 아니 이들은 마시는 것이 아니고 뱉어야 한다. 와인경매에 출품될 와인들은 상태를 체크한 후에야  출품할 수 있기 때문에 경매 전 와인경매사들이 직접 반드시 마셔봐야 한단다.

그런데 상태 확인 후 바로 경매 진행을 해야 하니깐 삼킬 순 없단다. 경매가 수억을 호가하는 ‘로마네 꽁띠’도 어쩔 수 없이 뱉어야 한다니 웃을 수 없는 직업의 현실인 것 같다.

좋은 와인은 오래 보관해 숙성될수록 좋은 향과 맛을 선사한다. 일반 서민인 우리들이 ‘로마네 꽁띠’를 낙찰 받을 순 없지만 와인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가능성이 있는 5만원 짜리 와인을 잘 선택해 사두면 오랜 세월이 흐른 뒤 가격이 상승할 수 도 있을 것이다. 

다음 달이면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이다. 이런저런 모임들도 많을 시기이기도 하다. 아무 의미 없이 밥 한 끼 술 한 잔하며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것은 조금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

꼭 와인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소중한 물건을 하나씩 준비해 작은 기금을 마련할 수 있는 자선경매이벤트를 개최해 보는 색다른 행사는 어떨까. 아마도 모임의 재미는 두 배가 되고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함도 전할 수 있어 한 해의 마무리를 뜻 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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