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음악칼럼] 드뷔시의 ‘달빛’..
오피니언

[음악칼럼] 드뷔시의 ‘달빛’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11/20 13:34 수정 2012.11.26 04:23






 
↑↑ 이혜정 마리나음악학원 부원장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눈빛이 한여름 한 낮 뜨거운 정열의 상징이라면 쓸쓸한 눈빛의 달은 초겨울 밤에 태어난 찬 빛으로 다가온다. 그 곡을 듣고 있으면 날개를 단 요정들이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느낌, 달빛이 비치는 호수위에 내딛는 요정들의 조심스러운 발짓이 은은하게 펼쳐지는 듯 하다.

프랑스 인상주의 작곡가 드뷔시의 피아노곡 달빛은 그의 초기 서정적인 피아노곡집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제3곡이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은 ‘전주곡’, ‘미뉴에트’, ‘달빛’, ‘파스피에’의 4곡으로 되어있는데, 자유분방하고 환상적인 맛이 풍기는 이 모음곡은 드뷔시가 1890년에 작곡, 1905년에 출간되었다.

‘베르가마스크’라는 이름은 원래 이탈리아 베르가모에서 생긴 무도곡의 한 양식인데, 그가 이탈리아로 유학했을 당시 베르가모 지방에서 받은 인상으로 이 같은 표제를 붙였다고도 전해진다.

젊은 드뷔시는 로마유학에서 돌아온 후 기존의 낭만주의 음악의 화성법에 대해 반기를 들었으며, 사교계에서 귀족들과 어울리기를 그만두고 젊은 문인들과 교류하면서 새로운 예술에의 열정을 불태웠다. 이 무렵에 작곡된 최초의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인데, 인상주의적인 화성법과 중세풍의 음계 화성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하나는 고전시대의 모음곡 제목을 차용하지 않고 표제적인 제목을 붙였으며, 인상주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달빛이 비치는 밤의 풍경을 단아한 악상과 인상주의적인 화음으로 표현하려 하고 있는데, 이것은 당시 유행하던 인상주의 문학과 미술의 영향을 받았음을 직감케 한다.

이 ‘달빛’이라는 곡명은 P. 베를렌의 시집 우아한 축제(Les Fetes galantes,1869) 중 ‘하얀 달’ 속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으로 피아노 원곡에도 다양한 편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또한 어떤 악기로 연주해도 달빛의 몽환적인 표현은 줄어들지 않는다.

이젠 내 제자 중 한 명이 이 곡을 연습하고 있다. 아직은 악보 읽기에 바쁘지만 그래도 들으면 기분이 좋다. 나의 어린 시절 연습하던 장면이 어렴풋이 달빛에 스크린이 되어 지나간다. 스승의 마음을 아는지 제자도 이 곡이 즐거운 듯 열심히 연습한다.

겨울에 듣는 달빛은 어떤 느낌일까? 생각을 해보지만 느낌이 항상 환상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어느 작곡자에게서도 느낄 수 없는 드뷔시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다. 

하얀 달이 숲 속에서 빛나고
가지마다 나뭇잎 사이로 지나는 바람
아, 사랑하는 이여
연못은 거울이 되어 비춘다.
바람에 흐느끼는 검은 실버들의 그림자들
자, 이제는 꿈을 꿀 때
포근한 고요가 넓게 퍼져 내려온다.
달빛을 쏟아내는 하늘에서
아, 뭐라고 말 할 수 없는 순간이여     

- P. 베를렌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