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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통도사 경내 장밭들운동장은 가족 단위 등산객 인파로 북적거렸다. 하북면문화체육회가 주관한 제2회 영축산 모랭이길 등반대회가 열린 것이다. 800여명의 참가자들이 입은 원색의 등산복 물결은 아직 가지 끝에 매달린 단풍과 발길에 부딪치는 낙엽과 함께 어우러져 깊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듯 했다.
영축산 모랭이길의 ‘모랭이’는 모퉁이의 사투리 표현으로, 이름처럼 영축산 허리를 돌며 영남알프스의 장엄한 풍광을 만끽할 수 있다. 이번에 대회가 진행된 코스는 극락암과 자장암 방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위치한 장밭들 운동장에서 통도사 임도를 따라 자장암을 거쳐 내려오는 8㎞코스로 2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다.
대회 참가를 위해 출발점에 도착하니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한쪽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차와 떡을 나눠주고 있었다. 아침을 먹지 못한 기자도 떡 하나를 받아들었다.
9시 50분, 사회자의 대회 시작 신호와 함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입구에서는 물과 귤 등을 나눠주며 참가자들의 완주를 위해 파이팅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초반 코스는 여유로웠다. 낙엽이 쌓인 길은 푹신하기까지 했다. 아름답고 포근한 가을 느낌이 곳곳에 스며있었다. 참가자들은 담소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으며 여유롭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부모님을 따라 아침잠을 포기하고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은 신기한 듯 등산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뛰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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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반에 접어들자 길이 좁아지면서 험한 산길이 나타났다. 산모퉁이를 도는 코스라 그런지 한쪽은 말 그대로 낭떠러지였다. 길은 험해졌지만 날씨는 점점 좋아졌다. 쌀쌀하던 아침 기온은 시간이 흐를수록 화창한 가을날씨로 변해갔다. 사람들의 이마에도 서서히 땀 구슬이 맺혀갔다.
푸르게 펼쳐진 소나무 밭을 지나자 단풍나무에서는 찾을 수 없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산행을 이어가는 한 참가자를 만났다. 이번 산행이 정말 행복하다는 박만갑(51,하북면) 씨는 “늦가을, 초겨울 날씨에 산행이라니 얼마나 좋습니까. 너무 행복해요. 아주아주 좋습니다”라며 대회 참가를 즐기는 표정이었다. 그는 “노래를 부르면 안 지쳐요. 등산 자체도 즐거운데 노래를 부르면 즐거움이 더해지잖아요? 지칠 수가 없죠”라며 노래를 부르며 산을 오르는 이유를 설명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참가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반환점에 도착했다. 멀리 상북면 내석마을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잠시 짐을 내려놓고 싸온 음식이나 입구에서 나눠준 귤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영축산을 조망하기 가장 좋은 지점이라고 한다.
반환점을 돌자 그 이후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이었다. 특히 길이 좁은데다 얼음이 언 구간이 있어 모두들 조심조심 내려왔다. 그래도 좁은 오솔길만의 매력과 등산로 양 옆으로 무성한 조릿대 수풀을 헤치고 내를 건너는 등 여러 가지 산행의 경험을 맛볼 수 있었다.
3시간 가까운 산행 끝에 다시 출발점이었던 장밭들 운동장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참가자들은 행사 본부 측에서 나눠준 음식을 먹으며 주위사람들과 산행의 고난과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산행 중간 중간 만났던 분들이 다가와 고생했다며 막걸리 한잔 떡볶이 한입을 건네주었다. 함께하는 정이 듬뿍 담겨 꿀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