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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호 남강 역리연구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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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가슴 노출을 보는 데만 40년이 걸렸다고 하니 기나긴 줄다리기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키스 여주인공은 윤인자다. 1954년 작 <운명의 손>에서 5초 정도의 가벼운 입맞춤을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요즘말로 포털 검색어 1위다. 이후 최초의 알몸 목욕 신까지 연기했으니 원조 에로틱 육체파 여배우인 셈이다.
사실, 윤인자는 그 전에 이미 김대룡 감독의 <검사와 여선생>(1948년)의 여주인공으로 스타 자리를 굳히고 있었다. 이 영화는 요즘도 추억의 영화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가난한 고학생에게 도시락을 만들어 주며 꿈을 키워 주는 어느 초등학교 여선생님. 세월이 흘러 선생은 어려운 처지의 탈옥수를 숨겨둔 일로 남편의 오해를 사게 된다. 칼을 들고 달려들던 남편이 문지방에 넘어져 즉사하자 결국 여선생은 살인범 누명을 쓰게 되는데… 담당검사는 바로 예전의 그 학생이었다. 옛 제자는 출세가 보장되는 검사직을 포기하고 선생님의 무죄를 입증한다는 다분히 신파조의 줄거리다.
최근 ‘검사와 여선생’이 아닌 ‘검사와 여피의자’ 사이 ‘성 추문 사건’이 실시간 인기 검색어로 오르며 검찰의 명예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며… 취약한 어린이와 여성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검찰청 홈페이지 문장이 차마 읽기 민망한 노릇이다. 청사 내 조사실에서의 에로틱한 장면이라니, 포르노업자들에겐 기발한 소재인지 몰라도 ‘더 많이 보기’를 원하는 원초적 호기심조차 낯 붉어지는 상황이다.
흔히 검사들은 자신들을 ‘논리의 칼로 무장한 선비’라고 자부한다. 타인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딴은 맞는 말이다. 그래서 검사들의 사주에 지적 분석력이 뛰어난 상관격이나 명예욕과 의협심이 강한 편관격이 많고 살(煞) 중에서 가장 강력한 백호살이 흔히 보인다.
검사가 되더라도 백호살이 없으면 출세가 어렵다. 백호살이 어떤 살인가. 바로 피를 보는 흉살이다. 어떤 사안이 있으면 자신이 죽든 상대가 죽든 사생결단을 하는 강력한 살이다. 그래서 거침없이 사회의 거악을 기소하고 정의의 사도로 활약할 수 있는 것이다.
<검사와 여선생>이라는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친 이유도 클라이맥스에서 검사가 여선생에게 보여준 ‘의협’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일제 강점기, 해방 이후를 거치면서 우리네 서민들은 언제나 법 앞에서 벌벌 떨어야하는 약자였다.
오래 전 한 탈옥수가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니 그 시대에는 오죽했으랴. 그래서 당시의 서민들은 영화에 나오는 정의감 있는 멋진 검사로부터 더욱 심리적인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검찰조직은 그동안 숱한 부패 사건으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왔다. 허나 <검사와 여선생>에 나오는 주인공 검사처럼 외압과 유혹에 맞서 올곧게 일하는 검사들마저 도맷금으로 손가락질 받아서는 안 된다. 서민들이 억울한 사정을 호소할 곳은 결국 검찰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검찰이 청렴하고 명예로워야 할 사명이자 개혁의 당위성이다. 차제에 정치권력에 기생하는 벌레, 더러운 돈만 밝히며 약자 위에 군림하며 사욕의 칼을 들이대는 흉물들은 과감히 척결돼야 한다. 맹수의 왕인 사자도 제 몸 속의 작은 벌레로 인해 죽게 된다는 범망경의 경구를 곱씹으며 깊은 성찰로 서민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는 검찰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