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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명훈 웅상고등학교 교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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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추운 겨울날에도 가끔씩 나를 웃음 짓게 만드는 따뜻한 추억이 있으니, 바로 3년 전에 우리 반 학생이었던 근수와 함께 떠난 오토바이 여행이다.
2010년 2월이었다. 새 학년을 맞이하기 전의 그 어수선한 분위기가 싫어서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던 나는 그 해 내가 담임을 맡았던 근수에게 7번 국도 여행을 제안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양산에서 출발하여 우리나라 지도의 등줄기에 해당하는 7번 국도를 따라서 국토의 최북단 휴전선까지 올라가보기로 말이다. 시간은 1박2일. 오토바이는 나의 애마, YAMAHA MAXAM 250. 근수는 흔쾌히 찬성을 했고, 우리는 급하게 계획을 짜서 며칠 뒤에 바로 출발을 했다.
두꺼운 옷으로 온 몸을 중무장하고 근수네 집 앞에 도착한 것은 9시 30분 쯤. 계획보다 늦은 시간에 출발을 하는 거라 서둘러야 했다. 뒷좌석에 근수를 태우고 서창을 지나 울산으로 빠진 다음, 감포를 거쳐 구룡포에 닿을 무렵 점심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 할 거리가 만만치 않았기에 자판기에서 뽑아 마신 따뜻한 차 한잔에 만족하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오른편으로 계속 이어지는 바다의 풍경은 분명 아름다웠을 테지만, 여유를 가지고 감상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고 또 날씨도 너무 추웠다.
철없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묻어 있는 울진의 죽변항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었다. 원 없이 바다를 실컷 보았다. 삼척, 동해, 강릉, 계속되는 항구도시들…. 강원도로 접어들자 날씨는 점점 더 추워지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도로 군데군데 미처 녹지 않은 눈들이 쌓여 있는 게 보였고, 핸들을 잡고 있는 두 손은 긴장감으로 잔뜩 굳어졌다. 주문진, 양양, 그리고 속초…. 오른편으로는 끝도 없이 펼쳐진 드넓은 바다를 그리고 왼편으로는 병풍처럼 거대하게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설악산의 풍경이 주위를 압도했다. 이미 어둑해진 7번 국도도 이제 끝이 보였다. 드디어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거진항!
근 12시간의 계속된 라이딩에 근수와 나는 추위와 피곤으로 온몸이 녹초가 되었지만, 그래도 결국 해내었다는 성취감으로 들떠 있었다. 모텔방 근처의 식당에서 삼겹살과 조개구이로 자축 파티를 열고, 숙소에 들어와서 뜨거운 욕조에 몸을 담글 때의 그 안락함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다음 날 아침 출발을 서둘렀다. 속초항에서 시원한 물회 한 그릇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남쪽으로 달렸다. 이번엔 왼편이 바다의 풍경이다. 조립이 분해의 역순이듯이, 이튿날은 첫째 날의 역순이었다.
일찍 출발한 덕분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어 틈틈이 바이크를 세우고 기념촬영도 하면서 내려왔다.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기온이 점점 따뜻해짐을 피부로 느끼면서 달리고 쉬고 달리고 쉬고를 반복하여 무사히 집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1박2일의 이 단순하고도 무모한 7번 국도 여행은 그렇게 짧은 시간의 기억과 함께 이제는 한때의 추억으로 봉인되었지만, 겨울 이 무렵만 되면 손에 잡힐 듯 그때의 그 순간들이 흑백 화면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이내 잔잔한 미소가 얼굴 가득 퍼진다.
- 황명훈 웅상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