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신기하지
어떻게 겨우내 온통 떨어냈던 잎들이
저리도 많이 달릴 수 있는지
하얀 감꽃이 피고
가랑비에 감잎이 연초록으로 젖는다
내게도 저런 몸짓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하기는 수염도 털도 길면 자르고
머리카락도 덥수룩하게 자라고
손톱, 발톱도 모질라야 되고
똥, 오줌도 받아내야 하는 생명임에 생각이 미친다
왜 인간에게 속한 것들은
저 감나무 잎들처럼 봄 햇살에 눈부시지 않는지
감나무 잎보다 못한 인간 존재의 하찮음이여
감나무가 바람에 흔들린다
하얀 감꽃이 피고
가랑비에 감잎이 연초록으로 젖는다
- 김동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