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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구 양산대학교 의료관광과 교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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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습을 문자로 기록한 ‘펄프문화’는 독서를 통해 어두운 내 눈을 맑게 뜨게 했고, 자기 응시의 여과과정을 통해 나를 깨우치는 계도자였다. 따라서 펄프문화는 독서를 통해 정보를 지식으로, 지식을 지혜로 심화시킬 수 있는 참다운 정신활동의 바탕이 됐다고 하셨다.
반면, 모래문화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가 떠밀리지 않도록 보호해주고 내 존재가 밖으로 건재함을 과시하는 데는 왕성함을 보이지만, 정보를 지식과 지혜의 수준으로 심화시키지는 못한다고 하셨다.
요즘 우리의 정신활동을 지나치게 컴퓨터에 의존하게 되자 군데군데 부작용이 나타난다. 바로 실상이 아닌 허상을 잡고 자신감을 가지며 만족해 버리거나, 가시적인 환상만을 최상의 것으로 생각하고 자연의 신비나 우주의 섭리를 파악하려는 의지가 약해진다는 점이다.
우리의 일상을 살펴보면, 숫자들이 판을 친다. 인간들은 본래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고,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어른들의 정신활동은 가시적인 현상에 관심을 갖으며 밖에서 안으로 들어와서 알게 된 정보나 지식의 수준에 그친 모래문화이다.
하지만, 숫자에 지배당하지 않는 천진무구함을 지향하는 아이들의 정신활동은 안에서 자기응시의 여과과정을 거친 지혜를 생성해내는 ‘펄프문화’이다. ‘펄프문화’와 ‘모래문화’ 중에서 우리 삶을 더욱 기름지고 풍요롭게 하는 것은 펄프문화이다. 이 펄프문화만이 안광이 지배(紙背)를 뚫을 수 있고, 행간(行間)을 읽을 수 있는 지혜로움만이 우리를 한층 살지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모래문화’의 상징인 컴퓨터보다 더 위력적인 것이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이것은 쓰나미만큼 엄청난 메가톤급의 힘을 가진 문명이 가져다준 최고의 선물이며,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질을 한꺼번에 바꿔놓은 대단한 물건이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점유율이 눈의 띄게 높아졌고,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나 역시 스마트폰의 일원이 되었고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를 즐긴다. 이 둘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되었으며, 특히 카카오스토리는 생각과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사람의 참모습을 느낄 수 있는 평온하고 아늑한 공간이다.
그래서 나는 카카오스토리의 친구가 남녀노소 합해 200여명이나 된다. 이 친구들 중에는 젊은이들도 여럿 있다. 그런데 이들의 언어생활상을 보면 알 수 없는 말들이 범람한다. 직접 글을 올릴 때나 그 댓글을 살펴보면 한 단어로 끝나거나 그 단어의 뜻이 무엇이지 모르는 것은 다반사이고 어떤 경우에는 보기 민망할 정도의 욕설, 말도 되지 않는 언어들을 접하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기성세대로서 걱정스러운 면이 많다.
언어는 그 사람의 얼이라고 했다. 얼이란 정신이나 혼을 나타내며 이것은 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어와 얼은 아주 긴밀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언어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혹자는 “언어는 사고를 지배한다”라 했고, 혹자는 “사고는 언어를 지배한다”라고 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분모는 언어와 사고는 서로간의 상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생각과 말을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늘 되풀이해오는 일상이기 때문에 생각과 말에 대한 불감증의 굴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 때가 흔히 있다. 올바른 생각 속에 올바른 말이 나온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실천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다. 올바른 생각과 언어 그리고 행동이 자신을 외롭지 않게 하는 선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국어문법에 ‘대우법’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경어법을 달리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경어법과 대우법은 다르다. 말의 형식만 높이는 것으로 상대방을 대우한다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고 해석이다.
마음과 말이 일치되지 않는 언어사용은 결코 대우법이라 할 수 없다. 말의 형식은 낮더라도 진정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화법이 오히려 상대방을 대우하는 것이다. 그래서 막연한 경어법에 구속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생각하고, 말하며 행동하는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만 진정한 대우법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말을 한다. 그 말 속에는 아름다움과 지혜로움이 담겨있다. 이것은 흙속의 진주를 캐는 것과 같은 것이다. 단순한 의사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감화시킬 수 있는 언어행위를 몸에 익혀야 할 것이다.
사람살이에서는 정보와 지식만을 요구하고 있지만, 반드시 지혜로움이 전제되어야 한다. ‘모래문화’보다 ‘펄프문화’를 더 소중히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소중하고 귀한 말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기를 살리고 꿈과 희망을 주는 활력소가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또한 실천하길 희망한다. 나 역시 그렇게 하고자 다짐해본다.
- 강덕구 양산대학교 의료관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