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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이운용교수의 인도 비즈니스
중소기업은 왜 인도에서 성공하지 못할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12/18 12:56 수정 2012.12.18 12:56




↑↑ 지난해 영산대학교는 인도의 SGGS 대학과 MOU를 체결했다. 사진 가운데 부구욱 영산대 총장, 그 오른쪽에 SGGS의 Singh총장이 자리했다.
남인도 폰디체리 대학에서 경영학석사를 하고 소디프 신소재 인도법인의 대표를 8년이나 지낸 인도비즈니스 전문가로서 인도 마드라스 IIT에서 경영학박사를 받은 김형득씨의 글을 그대로 전재해 본다.


인구 11억에 최근 지속적인 고성장을 유지하는 인도가 중국의 대체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한국 기업들의 관심과 인도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인도 진출 성공 사례는 사전에 시장 조사를 철저히 하고 잘 정비된 조직과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대부분이며 아직도 중소기업들은 대기업과 연계된 경우를 제외하면 마땅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인도에 입이 몇 개 인데… 중산층만 해도 한국 인구 보다 많은데…’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저마다 의욕이 넘쳐서 시작하지만 벌써 쓸쓸히 공항을 빠져 나가는 우리 중소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 인도법인 삼성물산을 방문하여 인도에서의 기업활동에 대한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성공하지 못하는 요인들

첫째, 물류 비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한 데서 출발한다. 

인도는 전체 인구가 많지만 워낙 지역이 광범위하여 일단은 각 지역별로 거점도시 별로 세분화 해서 살펴 보아야 한다. 대부분 주 별로 조사를 하게 되는 데 이런 작업을 거쳐서 보면 한국보다 더 넓은 한 주에, 실제로 어느 특정 제품의 구매력은 우리나라보다 작다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
 
또한 각 거점 도시간에 거리가 멀기 때문에 물류비가 가격 경쟁력을 떨어 뜨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부피나 중량이 큰 제품인 경우 뭄바이에서 생산하여 인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면 남부 인도는 아예 한국 본사에서 수출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만큼 물류비용이 원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곳이 인도 시장이다.

둘째, 유통 구조 및 내부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다.

인도는 혈연 또는 직업을 중심으로 세습화된 특정 커뮤니티가 특정 산업 혹은 지역의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컴퓨터 부품의 경우 뭄바이를 중심으로 ‘Jain’이란 성을 가진 커뮤니티가 전국적인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다.  첸나이의 컴퓨터 부품 도소매 시장 역시 첸나이 사람들이 아닌 Jain이 장악하고 있다. 

요즘 들어 대형 유통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제품은 이러한 커뮤니티의 유통망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커뮤티티 내에서 6개월 이상씩 신용을 주고 받기도 하므로 우리와 거래시 동일한 조건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조건대로 하다가는 자본력이 약한 한국 중소기업은 상당한 자금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더구나 대금 회수라는 엄청나게 어려운 숙제(인도의 특성)를 늘 안고 가게 된다.

인도 상인은 또한 마케팅과 A/S 비용을 당연히 요구하는데 이것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신뢰에도 금이 가고 비용도 급증하게 된다.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있어도 유통에서 실패한다는 말이다.
 
셋째, 장기간에 걸친 신뢰관계 형성이 곤란하다.

인도 시장 조사차 방문한 중소기업 업체들은 만나는 사람마다 제각각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각종 통계 자료가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기업처럼 자체 유통망의 확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부터 믿을 만한 인도 업체에게 판매에 관한 독점권을 주고 생산에만 집중하는게 좋겠다는 결정을 많이 내린다. 

그러나 상관습이 다른 가운데서 단기간에 서로 신뢰를 쌓는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현지에서는 인도 딜러가 샘플을 저가에 공급해 주었지만 영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각종 마케팅 비용까지 추가로 지원해 주었는데도 성과가 없어 고민하는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된다. 딜러를 바꾸려 해도 이미 계약해 놓은 독점 판매권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 첸나이의 한 휴양지. 코카콜라 광고판이 선명하다.
인도, 낮춰봐선 안돼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사업이 곤란해지면 인도 사람들 전체를 믿지 못한다고 폄하하기도 하는데 우선은 우리의 접근 방법에 오류가 없는지를 진지하게 살펴 보아야 한다.

그 오류중 하나는 세계화라는 깃발 아래 너무 성급하게 판단하고 인도라는 나라 전체를 낮게 보는 경향이다. 대충 몇 군데와 몇 명의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장 조사를 마치고서는 법인 설립과 공장부지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자주 접한다. 그리고 제품과 가격 경쟁력으로 자신감을 표출하지만 물류비와 각종 세금 및 노동법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인도 내수시장 우회공략


인도 시장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인도 전체 시장 보다는 북인도와 남인도로 나누고, 가능하다면 한 주만이라도 먼저 공략하는 게 올바르다고 조언한다. 우리 중소기업 직원이 직접 발로 뛰면서 접근할 수 있는 지역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을 쌓고, 그 뒤에 확대하라는 것이다.

시행착오를 줄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인도 내수시장을 우회해서 공략하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타국에 수출 시장이 있다면 수출 기업으로 등록하고 일단 인도를 생산 기지로 삼고 수출을 하면서 생산 기반을 안정화 시킨 뒤에 인도 시장을 공략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각종 설비 및 원자재를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고 법인세의 감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과 수출품질(Export Quality)라는 품질증명을 인도 시장에 인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출이 잘되는 제품이라고 소문이 나면 딜러들이 제발로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서 결제 조건을 유리하게 가져가면서 내수 판매를 조금씩 시작할 수 있다. 


↑↑ 연간 8천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되는 인도는 봄베이와 헐리우드를 합성해 ‘볼리우드’라고도 불린다.
정부의 투자정보 제공 확대해야
 
인도는 분명 한국 보다는 시장이 크고 구매력도 크다. 하지만 단순히 인구수만 보고 접근해서는 낭패하기 쉽다. 인구가 많은 만큼 소비패턴이 다양하고 시간과 비용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 조건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근에는 인도 기업을 인수해서 기존의 유통망을 활용해서 사업하는 ‘M&A’를 통한 접근, 이미 정착에 성공한 한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진출, 시장 조사 및 각종 정보 수집을 충분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하겠다는 출장자들이 늘어가는 추세여서 참으로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인도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라도 시켜줄 교육기관이나 전문 인력이 적어 여전히 각자가 직접 부딛치면서 시작하는데, 대개의 경우 자칫 자신의 경험을 확대하여 일반화시키는 오류의 가능성이 큰 것이 안타깝다.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정보 부족으로 인해 동일한 시행착오를 반복하여 초기 비용 낭비가 커지고 결국 투자 실패로 이어지고 있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나 학계 그리고 다양한 경제 관련 단체들이 합심해서 중소기업의 인도 지역 전문가 양성에 힘을 쓰고 또 이들이 역량을 잘 발휘 할 수 있도록 좋은 여건을 만들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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