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조광수 정치학 박사 평화반핵군축시민연대 상임위원장 전 영산대 교수 | ||
ⓒ |
이번 대선의 결과를 놓고 이른바 전문가들은 과학이라는 미명으로 선거 공학적 접근과 해석에만 몰두했다. 투표율을 기준으로 성마르게 유리불리를 따지고, 역대의 자료들을 근거로 섣부른 예단을 했다. 선거는 인과관계를 따지는 분야가 아니다. 같은 조건이면 같은 결과가 도출되는 자연과학적 현상이 아니다. 당연히 예측은 빗나갔다. 민심을 훤히 아는 듯 깝죽대었던 얼치기 전문가들은 쥐구멍을 찾고 있다. 도시에 쥐구멍이나 제대로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박근혜 후보의 대승을 예견했던 전문가는 내가 아는 한 수십 명 중에 단 두 명이었다. 선거일 저녁에 MBN 스튜디오에 모인 20명의 전문가들 중에 그나마 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투표율 75.8%를 맞춘 사람은 아예 없었고, 50대의 투표율이 89.9%가 될 것이라 예측했던 사람은 더욱 없었다.
그런데도 반사(反思)와 성찰은커녕 출구조사가 나왔음에도 못 믿겠다며 딴청을 부리는 사람이 다수였다. 편향된 전문가들의 신랄하고 각박한 논독(論篤)을 보며 나는 곡학아세란 단어를 떠올렸다. 여름밤에 마주보고 울어대는 개구리도 연상이 되었다. 돌맹이 하나만 던지면 금세 조용해지고 마는 그 개구리 말이다. 이른바 전문가들의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듣느니 축하주 마시러 간다며 생방송 중 일어나 가버린 가수 김흥국이 차라리 정직한 전문가였다. 성마른 논독 보다는 화끈한 직감이 진실에 가깝다.
대선을 정리하며 이런 험한 말부터 하는 이유가 있다. 선거는 민심에게 묻는 일이다. 민심을 미리 여론조사해서 예단하는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야권은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를 놓고 여론조사로 가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정작 출구조사도 못 믿겠다고 하면서 오차 범위 안에서 각축하는 둘 중 하나를 여론조사로 선출하자고 한 것이다. 그건 과학이 아니라 엄연히 정치인데도 과학이라 강변하며 조사방법의 디테일을 놓고 다투었다.
아무리 싸움 구경과 불 구경이 재미있다고 하지만 지나치게 험악한 장면에는 사람들이 눈을 돌려버린다. 세상에 있지도 않은 ‘새 정치’를 하겠다면서 하는 행태가 그 수준이었다. 나는 일단 기대를 버렸다. 많은 민심이 돌아섰다.
이번 대선은 물론 박근혜의 승리다. 5.16 쿠데타의 주역인 아버지의 도움인지 지지율도 공교롭게 51.6%였다. 과반수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전국 17개 시 도 중 14군데에서 이겼다. 20-30 세대에서 30%가 넘는 지지를 얻었고, 40대의 44% 그리고 50-60 세대에서 60%가 훨씬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당당한 승리다. 대를 이은 대통령으로 그리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간절함과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리라 믿는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의 압승이기도 하지만 문재인과 야권의 참패이기도 하다. 질 수 없는 선거에서 대패한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인간적 매력이 더 있는 착한 후보를 두고 마음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싱거운 후보가 나왔다. 리더십도 약하고 결기도 없으며 포용력도 없는 후보가 나섰기 때문이다. 패자에게 지나친 지적이지만 ‘한번 졸개는 영원한 졸개’다.
문재인은 결코 노무현만 못하다. 그가 안철수를 후보로 내세우고 킹메이커가 되려 했다면 나는 야권의 필승이었다고 본다. 물론 초박빙 승부였겠지만 결국 야권에 기회가 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안철수도 제대로 안지 못했다. 인물이 모자라니 프레임을 짜는 데도 비틀거렸고, 구도도 엉켜버렸다. 고민하는 40대 유권자의 마음도 충분히 얻지 못했고, 50대 이상 중장년의 불안감과 분노만 촉발하고 말았다.
여론조사?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50대 이상의 중장년들이 왜 그리 화가 났는지 그 어떤 사전 조사도 없었다. 73% 이상이면 야권의 필승이라고 하더니 76%에 가까운 경이로운 투표율에도 참패한 이유를 여론조사가 대답해 줄 수는 없다. 오후 3시가 넘어서까지 중장년층 유권자들이 줄을 길게 서서 투표를 한 까닭이 무엇인지 여론조사는 파악하지 못했다.
바닥의 민심이 어떤지 모르고 그저 계산과 추세에만 매몰되어 멍청하게 숫자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그러고도 선거에서 이길 수는 없다. 세력에서 밀리면 바람이라도 타야 하는데 그 바람이 야권이 아니라 오히려 여권에서 불었다니, 세상에 그렇게 허접한 야당은 없다.
권력 의지가 강하고 사심 없는 박근혜 당선인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그러면 야권은? 빅뱅이 일어나야 한다. 단단한 대통령을 견제하려면 더 단단하고 유능한 야권이 만들어져야 한다. 응답하라. 제2 제3의 안철수여.
- 조광수 정치학 박사(평화반핵군축시민연대 상임위원장, 전 영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