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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상배가 안내하는 세계의 명산
영남알프스 하늘 아래 호연지기 키운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12/24 11:14 수정 2012.12.24 11:14
노란 손수건-청소년 힐링캠프




↑↑ 영축산 정상에서 포효하는 청소년들
대구 중학생의 자살사건으로 촉발된 학교폭력 문제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다. 그 이후 청소년과 관련된 많은 기관, 단체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들을 수립하였고, 양산경찰서가 올 봄부터 시행한 ‘노란손수건’이란 이름의 선도프로그램도 그 중 하나다.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으로 추진


‘노란손수건’의 의미는 용서와 기다림이다.
이 프로그램은 청소년에게 적합한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가해학생에게는 뉘우칠 기회를 주고, 피해학생들에게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통도사 템플스테이, 청소년 탐험학교, 전통문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실시됐다.

필자가 운영하는 (사)영남등산전문학교에 의뢰된 ‘청소년 힐링캠프’는 영남알프스를 근거지로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됐다. 배내고개에서 출발해 배내봉과 간월산을 넘어 간월재에서 1박한 다음, 신불산과 영축산을 지나 죽바우등을 넘어 통도사로 내려오는 코스다. 당초 계획은 2박 3일 과정이었지만 큰비가 내리는 기상관계로 하루를 줄였다.

평소 운동부족인 아이들에게 이런 산행은 강행군에 가깝다. 힘들지만 할 수 있다는 자기극복의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려는 것이다. 힘들게 오른 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자체로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이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확실한 방향이다.

↑↑ 간월재 휴게소에서 강의를 듣고있는 참가학생들


청소년, 그들의 눈으로 보자


기성세대인 부모나 어른들이 보았을 때는, 청소년들은 허황된 꿈을 좇고 끝없이 방황만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 또한 반감이 크고,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욕구와 함께 급진적이고 비판적이다. 가정과 학교교육의 기능이 크게 약화된 시점에서 심각한 가치혼란 속에 빠져있다. 그 어느 때 보다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들은 엄청난 에너지가 있고 창의성과 열정이 가득하다. 스스로 선택해 본 적도 책임져 본 적도 없는 청소년들에게 영남알프스라는 대자연에서 펼쳐지는 1박 2일 산속생활은 그들에겐 생애 소중한 시간이 되었고, 인생역전의 기회가 되었다고 본다. 방황하는 청소년들,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그들은 확실한 나침반을 갈망한다.

보통 청소년활동 프로그램을 보면 목표나 내용은 다분히 이론적이다. 확실하게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 부분이 미약하다. 청소년들은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산이라는 무대에 갇혀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은 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길은 따라가는것이 아니라 만들어간다고 했다. 우린 누군가 만들어 놓은 길도 힘들게 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모험심과 개척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지만 사실은 무리도 따른다.

요즘 스칸디 대디(스칸디나비아 반도 북유럽 스타일의 가정 중심 아빠)가 뜨고 있다. 스칸디 대디는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체험하며 그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 자상한 아빠, 아내를 동등하게 대하고 집안일을 나눠 하는 평등한 남편이다.

엄격한 자녀 훈육법으로 아이를 들들 볶는 타이거 맘(호랑이처럼 무섭고 냉엄한 엄마)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이제는 스칸디 대디가 전 세계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는 게 지난 3월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의 보도였다.

↑↑ 야영을 위해 텐트가 펼쳐졌다.


소통을 위한 힐링캠프


청소년들은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유혹에 잘 빠지는 시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은 컴퓨터중독이다.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알려면 소통이 우선인데 멀리 떨어진 아빠, 사교육으로 내모는 엄마로 인해 그런 소통은 단절됐다. 학교폭력으로 고민하다 자살한 학생의 부모가 “우리 아이가 평소엔 아무렇지 않았고, 그런 고민을 하는지 정말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우린 불통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힐링캠프 1박 2일 프로그램은 지난 9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고 있다. 가을철엔 해볼만하다고 했으나 겨울철로 접어 들면서 장비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초적인 등산지식도 없는 청소년들을 데리고 산악활동을 하려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캠프활동 시 참석인원은 15명에서 20여명 정도 된다. 조별로 편성하여 움직이는데 쉽지는 않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한다는 말이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특별한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땐 신경이 쓰인다.
출발 전부터 구호를 외치고, 다양한 미션으로 함께하는 시간에 에너지를 쏟아부어 보지만 반응이 별로다. 메아리가 없다.

가끔 많이 힘들고, 따라주지 않을 땐 허공을 쳐다보며 원망도 해본다. 하지만 용서와 기다림이라는 노란손수건의 의미를 부여하며 인내심을 가지고 그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나누어본다. 그럴 땐 그들은 갑자기 친숙해지며 자신의 속내를 들어낸다.

정말 조금만 신경써도 아이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한테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그들과 하나가 된다. 이것이 산교육의 효과다.

↑↑ 영남알프스의 중간 기착지 간월재에 오른 청소년들은 산에서 무언가를 배우고 내려갈 것이다.


산에서 얻는 깨달음


영남알프스 중에서도 심장부인 간월재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데 처음에는 불평과 불만이 터져나온다. 산중에서 청소년들에게 자유로운 의지로 할 수 있게 보살펴 주고, 산속에서 저녁을 먹고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흩어졌던 녀석들이 하나가 된다.

산에서 노래시간도 가져보고, 요가와 명상의 시간도 갖고, 응급처치교육까지 받고나면 다들 재미있어한다. 그렇지만 산에서 하룻밤을 자고난 그들의 표정은 한마디로 약간 어색해 보인다. 모든 시설이 집하고는 딴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산길을 30분만 걸어가면 금새 얼굴이 맑아진다. 이것이 산이 주는 깨달음의 효과다. 산이라는 자연은 신(神)이 만든 위대한 책이다.

↑↑ ·양산대학교 생활체육과 졸업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천848m), 초오유(8천201m), 가셔브롬2봉(8천35m), 로체(8천516m) 등정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천895m), 북미 맥킨리(6천194m), 남미 아콩카구아(6천959m), 유럽 엘부르즈(5천643m) 등 5개 대륙 최고봉 등정
·(사)대한산악연맹 경남연맹 부회장
·체육훈장 기린장 수상
자신을 바꾸고자하는 아름다운 열정만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우연한 기적은 결코 없다.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품고,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낸다면 마침내 성공하게 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조언해 주고 싶다.

‘평범한 교사는 말만 하고, 좋은 교사는 설명을 하며, 훌륭한 교사는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교사는 제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는 말이 있다. 시대는 위대한 스승을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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