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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초대 시] 순망치한(脣亡齒寒)..
사회

[초대 시] 순망치한(脣亡齒寒)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12/24 11:15 수정 2012.12.24 11:15



 
↑↑ 유영호
시인, 수필가, 사진작가
2010 가오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회원
시집 <혼자 밥상을 받는 것은 슬픈 일>
 
막내인 나는 12월입니다

형들이 앞을 가려 답답하다고

매일매일 투덜거리며

세월이 빨리가기를 원했습니다

거칠 것 없는 심호흡으로

넓은 하늘 마음껏 품으려고

봄부터 가을까지 겨울을 꿈꾸다보니

찬바람이 어깨를 흔들었습니다 

창백한 햇살은 눈부셨고

앞을 가렸던 형들은

어느덧 다 찢겨져  

내 앞은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이젠 내 세상이라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마음껏 숨을 들이켰습니다, 그런데

가슴이 아팠습니다

찬바람이 시퍼런 칼날처럼

폐부 깊숙한 곳을 후벼댔습니다

너무 추웠습니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숨을 곳 하나 없었습니다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형들이 다 떠나면

세상이 전부 내 것인 줄 알았는데

혼자서는 외롭고

많이 가져도 적다는 것을
 


오들오들 떨고 있는 내 등뒤로

새해 1월이 웃으며 서있습니다.

- 유영호 시인(2010 가오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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