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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진정한 송구영신 토고납신(吐故納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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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 진정한 송구영신 토고납신(吐故納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2/12/31 11:10 수정 2012.12.31 11:16




 
↑↑ 강진상 목사
평산교회
 
어느 나라의 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울퉁불퉁한 자갈길에서 잘못하여 넘어져 발에 상처가 났다. 화가 난 임금은 발을 보호하기 위해 온 나라의 길이란 길에는 모두 소가죽을 깔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때 현명한 신하 한 명이 황급히 달려와 말했다.

“폐하, 발을 보호하려면 작은 가죽 두 장이면 충분하옵니다. 가죽을 폐하의 발에 붙이면 온 나라가 다 가죽 아래 있사옵나이다”

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의 발에 가죽을 붙였다. 세상을 탓하지 말고, 세상을 다 가죽으로 깔아야 만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자신이 변화되면 세상은 살 만한 곳이 되며 스스로 행복을 이룰 수 있다.

언젠가 어느 가정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부부는 처음부터 성격이 워낙 맞지 않아 늘 티격태격하기 일쑤였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지만 아이들이 장성한 후 둘만의 시간이 많아지자 걸핏하면 말다툼하는 일이 많아졌다. 남들은 ‘제2의 신혼’ 어쩌고 하는데 그 집은 정반대로 치달았다.

아내는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남편은 아내의 잔소리와 유별나게 따지는 성격에 죽을 맛이었다. 취미도 너무 달랐다. 남편은 술과 담배, 커피 아니면 잠자기 등 아내가 싫어하는 것만 골라서 했다. 아내는 학교 선생님답게 지성이 풍기기를 원했건만 어깃장만 놓는 남편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한 번 밉게 보기 시작하니 연애할 때에는 마음에 들던 넓은 이마나 잘 생긴 코까지 보기 싫었다. 아이들과 주변의 눈이 있어 갈라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 그저 속앓이만 하면서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살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혹시 저러다 진짜로 이혼하는 것은 아닌가? 염려도 했다.

그런 부부가 언제부터인가 확연히 달라졌다. 등산을 같이 다니는가 하면 서로의 취미도 존중해 주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비결’을 물었다. “앞으로는 여자들 말만 잘 듣기로 했다”는 답이었다. “여자들이라니”하고 물었더니 한 사람은 아내이고, 또 한 명은 내비게이션에서 길을 안내하는 ‘내비 걸’이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니까 아예 좌우명을 “당신 말이 맞소”로 정했단다. 뭔가 비위에 맞지 않아 화가 날 때에도 얼른 “당신 말이 맞소”라고 하고 나면 모든 것이 풀린다는 것이다.

아내 역시 남편의 눈부신 변화에 동참, 남편의 언행이나 주장이 마음에 안 들어도 곧잘 “당신 말이 맞소”라며 맞장구를 친다는 것이다. 그 말만 하면 둘이 얼굴을 맞대고 웃어 버린다고 한다. 상대방 말이 정말 옳지 않을 때에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그럴 경우에는 “그건 당신 말이 틀린 것 같소”라고 말하며 토론으로 합의점을 찾는다고 한다.

간단한 이야기이지만 가정생활, 인생도 어떤 마음 자세를 갖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생각으로 사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송구영신은 시간의 변화보다는 마음과 생각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묵은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 버리고 새로운 마음을 품는 송구영신은 ‘吐故納新’(토고납신-묵은 숨을 내쉬고 새 숨을 들이마신다)이다.

신년의 설교를 준비하며 영남대 교수를 지낸 이기철 시인이 은퇴하면서 쓴 시로 알려진 ‘자주 한 생각’이라는 시가 떠오른다.

내가 새로 닦은 땅이 되어서/ 집 없는 사람들의 집터가 될 수 있다면// 내가 빗방울이 되어서/ 목 타는 밭의 살을 적시는 여울물로 흐를 수 있다면// 내가 바지랑대가 되어서/ 지친 잠자리의 날개를 쉬게 할 수 있다면// 내가 음악이 되어서/ 슬픈 사람의 가슴을 적시는 눈물이 될 수 있다면…

- 강진상 평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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