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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화요살롱] 디자인을 디자인하다..
오피니언

[화요살롱] 디자인을 디자인하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13/01/08 11:54 수정 2013.01.23 10:47




 
↑↑ 김태희
인공지능학 박사
영산대학교 대외교류처장
 
현대에 와서 디자인은 매우 다변화되었다.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이 적용된다. 디자인은 무엇을 디자인하는가의 문제라기보다는 어떻게 디자인하는가의 문제가 되었다.

디자인은 프로세스, 즉 과정이라는 이야기다. 디자인은 의미를 살리는 일이며, 가치를 발굴하는 일이며, 나아가서는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다. 생각을 디자인한다는 것이나 상황을 디자인한다는 것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매우 추상적인 일까지 디자인의 폭에 들어온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디자인 회사 IDEO사의 사례를 보면, 쇼핑몰의 카트와 같은 하나의 제품 디자인에도 디자이너, 경영전문가, 마케팅전문가,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언어학자, 심리학자, 생물학자와 같은 다양한 전공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브레인스토밍 과정으로부터 제품을 디자인한다. 디자인은 다양한 전문성으로부터 지식을 모아 결과물의 도출을 향해서 수렴해가는 ‘과정’의 문제인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이 과정이라고 한다면 예를 들어 이미지 하나를 디자인한다고 하더라도 그 디자인에서는 생각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현대의 디자인은 지식을 담고, 다듬으며, 수렴하는 과정을 말한다.

디자인은 과정이라는 인식을 가졌을 때, 다음의 과제는 어떻게 얼마만큼의 생각을 수렴할 것인지가 되겠다. 가능한 넓은 범위에서 관련 지식과 정보를 놓고 의미를 연결하고 엮어가면서 문제 해결의 정점을 향해 수렴해 가는 과정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각적 이미지나 형태, 그리고 서비스를 의미 있게 연결 지어 가는 과정은 실로 매우 고도화된 지적인, 그리고 동시에 감성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이것은 실로 쉽지 않은 요구다.

그런데, 이것이 이루어졌을 때 얻을 수 있는 실리적 열매는 매우 달콤하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전에 애플을 이끌었던 스티브 잡스는 어려워진 회사를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는데, 그러한 계기는 바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만들었다.

아이폰이 그 하나의 혁신적인 제품이며 앱스토어가 또한 하나의 혁신적인 서비스였던 것이다. 아이폰은 전화로도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컴퓨터라 할 수 있다. 아이폰에 있어서 전화 기능은 아이폰이 실행할 수 있는 수많은 응용프로그램, 즉 앱 중의 하나이며 어떤 앱을 실행시키느냐에 따라 게임기가 되거나, 달력이 되거나, 지도가 되거나 하는 등 무한한 변신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주머니 속 이 작은 스마트폰은 전 세계의 정보망과 연결된다.

앱스토어는 스마트폰에서 실행되는 프로그램인 앱을 유통시키는 사이버 공간 상의 시장이다. 누구나 앱을 제작하여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으며 애플은 그 유통 단위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아이폰을 판매하여 얻는 수익뿐만 아니라 아이폰에서 실행되는 앱이 팔릴 때 애플의 수익은 늘어난다. 애플은 스마트폰 제조회사일 뿐만 아니라 서비스의 유통구조, 즉 서비스의 새로운 생태계를 제공하는 회사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것이 바로 애플 혁신의 핵심이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을 크게 강조하였다. 애플 디자인의 혁신은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서로 녹아들어 결합된 융합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IDEO사의 경우처럼, 디자인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이 결합되어 응집되는 생각의 덩어리인 것이며 그것이 그림의 형태나 제품의 형태로 구현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최종 결과물보다 오히려 그 과정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디자인은 혁신의 과정이며 그렇게 되어야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디자인은 제품디자인이나 시각디자인과 같은 결과물 중심의 디자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개념디자인, 서비스디자인 등 무형의 디자인, 나아가서 제품을 기획하거나 홍보하거나 판매하는 영역에까지 총체적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프로세스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디자인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 할 수 있으며, 기존의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가치를 극대화하거나, 새로운 지식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증기기관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중대한 하나의 산업혁명 시기를 겪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보와 정보의 매체가 있다. 정보는 의미를 가지고, 지식은 정보의 형태를 가질 수 있는 등 의미와 정보, 그리고 지식을 잇는 하나의 축이 가능하다면 디자인은 그 곁에서 이들을 활성화하고, 가치를 증폭시켜주는 도구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을 프로세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지금과 같은 정보화시대에 더욱 어울리는 일이 될 수 있겠다.

디자인을 디자인한다는 말은 디자인을 프로세스로써 받아들이면 가능해지는 말이다. 디자인에서는 획기적으로 하나의 디자인 결과물을 또 다른 차원의 디자인의 재료로써 쓸 수 있다는 것이며, 이는 생각이나 프로세스의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이것이 현대의 디자인이며, 인터넷의 도움으로 지식의 바다에 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게,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며 삶을 더욱 윤택하게 하기 위하여, 더욱 우리가 가까이 두어야 할 하나의 지식과 의미의 관리와 생산 체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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