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죽은 지 열 달 만에
형부는 새장가를 갔다
일 년 만에 만난 그는
물방울 넥타이를 다질링 홍차로 누르고 있다
일곱 살 때 형부로 만난 남자가
눈물 몇 방울로 추억을 버무리는 사이
“오후의 홍차” 창가로 흘러내리는 오후
개업행사 치킨집 앞 피에로는
긴 막대기로 비눗방울을 날리고 있다
닿기만 하면 터지는 물의 집
저건 어쩌면 비누의 상처가 살고 있는
투명한 집인지도 모르겠다
외면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남천 열매처럼
창가에 매달려 흔들리는 동안
탁자 밑 젖은 발이 아려온다
두 해 겨울을 건너뛴 부츠가
잊었던 기억을 물집으로 달아준 것일까
분노를 삭인 걸음을 숨기며
허공을 내려올 때
기어코 물집이 터지고 말았다
뒤축에서 아린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
배옥주 시인
부산 출생. 2008년 서정시학 등단. 부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포엠포엠> 편집위원. 웹진, <젊은시인들> 동인. 부산작가회의, 한국시인협회 회원
2012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시집- 『오후의 지퍼들』(서정시학,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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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아 시인 한국문인협회 양산지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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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자는 어느 카페에서 ‘언니가 죽은 지 열 달 만에’ ‘새장가를’ 간 ‘형부’를 만났나 봅니다. 그리고는 창 밖 ‘치킨집 앞 피에로’가 ‘긴 막대기’로 날리는 비눗방울을 보며 생의 슬픔과 허무함을 느낀 것 같습니다.
눈물방울을 연상시키는 ‘비눗방울’은 이승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생의 허무를 느끼게 하면서, 자칫 감정의 과잉으로 빠지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불식시키는 기능을 하는데요, 그의 슬픔은 ‘비눗방울=물의 집=물집’등의 이미지로 억제되었다가 마지막 행‘뒤축에서 아린 울음이 쏟아져 나왔다’에 와서 극대화됩니다.
일찍 이승을 떠난 언니에 대한 그리움과 서둘러 부부의 인연을 정리한 형부에 대한 원망이 절제의 미학으로 직조되어 있는 이 시는 재산 문제로 서로 다투는 이 시대의 형제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